원전센터 반대시위를 둘러싼 부안주민과경찰의 대치 형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28일 `평화집회가 계속되면 경찰력을 단계적으로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해 부안사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대해 핵 대책위는 즉각적인 `환영' 입장은 유보했지만 29일로 예정된 `2만군민 총궐기대회'를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혀 `평화무드' 조성의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병준(55) 전북경찰청장은 28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부안주민들이 일체의폭력시위를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진행한다면 단계적으로 경찰력을 철수하겠다"면서 "이러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29일 예정된 집회에 군청과 일부 관공서 경비병력을 제외한 모든 경찰력을 외곽으로 빼겠다"고 밝혔다. 특히 "29일 집회가 평화적으로 끝난다면 본청에 건의해 내달 1일 70개 중대 병력 가운데 절반 가량을 철수시키겠다"며 구체적인 철수방안까지도 언급하고 주민들의 평화집회를 간곡히 당부했다. 이에따라 29일 부안수협 앞에서 열리는 대규모 집회에는 주민과 경찰과의 직접적인 충돌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핵 대책위도 일단 경찰의 병력 철수발표에 평화적인 집회를 장담하고 있다. 대책위는 이날 부안수협앞 등 도심 곳곳에 평화집회를 촉구하는 대자보 40여개를 내건데 이어 각 읍.면별로 홍보차량을 가동, 대책위의 `평화집회' 방침을 주민들에게 홍보했다. 특히 주민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안성당에서 열린 이날 저녁 촛불집회에서도 평화집회를 수차례 강조했다. 이날 촛불집회는 오후 10시께 평화적으로 끝났으며 주민들은 곧바로 귀가했다. 핵 대책위 관계자는 "경찰이 먼저 병력을 철수하면 부안지역의 치안은 자연스레안정상태로 되돌아 간다는 것이 대책위의 기존 입장이었다"면서 "경찰이 29일 집회에 폭력을 유발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평화적으로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위는 29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되는 주간집회를 일몰 이후 촛불집회로이어가 오후 6시 30분-7시께 마무리 할 계획인데 반해 경찰은 야간 촛불집회는 원천봉쇄한다는 입장이어서 `충돌'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한편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단과 `저항시인'인 김지하씨가 부안을 방문, 핵대책위와 대화를 갖고 부안 현지 실태 파악에 나섰다. 김 시인은 부안수협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문규현 신부와 김인경 교무를 찾아 "정부가 핵폐기장 건설을 주민들의 동의없이 강행함으로써 어른스럽지 못한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한 후 "하지만 분신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없도록지도부도 투쟁을 평화적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4명으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조사단은 "대책위가 경찰의 강경진압에 인권침해 요소가 있다는 진정서를 제출해 조사에 나섰다"면서 "29일 집회상황도 지켜보고현지실태를 정확히 파악한 뒤 상경하겠다"고 밝혔다. 강현욱 전북도지사는 이날 오전 전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도 차원에서는 원전센터 유치 신청권이나 협상권이 없다 하더라도 부안 문제가 결국 도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부안 간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해 합리적인 결론을 찾을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0일 밤 새만금전시관에 불을 지르려다 도주 한 혐의로 변모(45.농업)씨 등 2명을 이날 추가로 붙잡아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공범 4명을 쫓고 있다. 경찰은 이와 관련, "검거된 주민 가운데 한 명이 '전시관 방화를 누군가가 시켰다'고 진술함에 따라 전시관은 물론 그동안 불에 탄 예술회관이나 보건소 방화의 배후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원전센터 시위가 시작된 지난 7월 중순 이후부터 이날 현재까지 총 30명이구속되고 65명이 불구속됐으며 76명이 즉심에 넘겨지는 등 총 316명이 사법처리 됐다. (전주=연합뉴스) 임청.박성민 기자 lc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