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1년 유혈사태 끝에 크로아티아를 독립으로 이끈과격 민족주의 세력인 크로아티아민주동맹(HDZ)이 23일 실시된 크로아티아 총선에서이비차 라찬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세력인 사회민주당(SDP)을 누르고 승리했다. 이에 따라 크로아티아는 지난 2000년 민족주의 세력이 실각한 뒤 3년여만에 다시 급진 민족주의 세력이 집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로아티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실시된 총선의 10% 개표 결과 고(故) 프란요투즈만 전 대통령이 창설한 HDZ를 비롯한 민족주의 세력이 76석을 차지하고, 라찬총리가 이끄는 SDP 연정이 63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보 사나데르 HDZ 대표는 "HDZ가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라는 크로아티아 유권자의 명령"이라면서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유일하고 명확한 승리자"라고 선언했다. 라찬 총리도 이 같은 선거결과가 최종 확정될 경우 새로운 정부를 구성할 수 밖에 없다면서 사실상 패배를 시인했다. HDZ는 이번 선거에 앞선 여론조사에서도 선거승리가 예상돼 왔다. 이번 총선에서 다시 과격 민족주의 세력이 승리한데는 현 라찬 총리가 이끄는 SDP 연정의 경제발전 실패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친서방 성향을 보인 중도좌파인 라찬 정부는 지금까지 강력한 시장경제 개혁을추진해 왔지만 비수익 기업 폐쇄 등에 따른 실업률 증가와 국민소득 증진 실패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왔다. 그러나 지난 91년 유혈사태를 이끌었던 과격 민족주의 세력이 다시 집권하는데에 따른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HDZ는 과거의 서방 배격 과격노선을 폐기했다면서 크로아티아를 유럽의 주류로 편입시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선거승리를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면서 민족주의 성향이 재현될 것으로 우려했다. (자그레브 AP=연합뉴스)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