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가 17일 사회민주당 전당대회에서 80.8%의 지지율로 사민당 당수에 재선출됐다. 슈뢰더 총리는 투표에 앞서 80분간 한 기조연설에서, 복지삭감 등 자신의 개혁정책에 비판적인 당내 좌파의 반발을 무마하는 발언을 집중적으로 한 뒤 독일 경제회생과 국제적 영향력 유지를 위해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슈뢰더 총리는 우선 자신이 이라크 전쟁과 관련해 미국에 단호하게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성숙한 민주주의의 신호인 이런 조치로 독일은 국제적존경을 더 많이 받게 됐다"고 말해 대의원들로부터 우레 같은 박수를 이끌어냈다. 현재 이라크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볼 때 인간적으로나 외교정책상으로나 국가재정을 위해서나 자신의 결정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한 그는 작년총선에서 보수 야당이 승리했다면 독일은 이라크전에 휘말렸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적녹연정이 도입한 핵발전소 폐기와 상속세 등의 진보적 정책을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슈뢰더 총리는 자신이 40년 동안 사민당 당원인 점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으며사민주의적 가치를 여전히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면서 "우리가 수십년 동안에 걸쳐이룩한 복지국가체체를 아무도 해체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그러나 세계화된 세상에서 독일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복지국가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건강 및 노령연금, 고용 및 세제 정책 등 전 분야에서 과감한 개혁을 해야 한다면서 우선 비임금성 비용 지출부터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개혁으로 일반 시민들이 많은 부담을 지게 되지만 다른 선택 방안이 없다고 강조한 슈뢰더 총리는 "독일 앞에는 엄청난 기회들이 있으나 우리가 변화할 용기가 있어야 이같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슈뢰더 총리가 이날 전당대회에서 얻은 지지율은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 보다는다소 높은 것이지만 지난 2001년 전당대회 때에 비해서는 7.8% 낮아진 것이자 2차대전 후 역대 사민당 당수 선거 지지율로는 세번째로 저조한 것이다. 또 당 지도부인 운영위원 선출 찬반투표에서 볼프가 클레멘트 경제.노동장관과올라프 숄츠 사무총장을 비롯한 슈뢰더 총리의 측근들이 예전과는 달리 모두 50%를간신히 넘는 지지율을 얻었다. 이에 대해 슈뢰더 총리는 투표 후 수락연설에서 "우리가 (적녹연정의 개혁에 대해) 광범위한 논쟁을 벌여왔으며, 이는 올바르고도 이해할 수 있는 논쟁임을 감안할때 투표 결과는 정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는 또 우테 폭트 내무부 정무차관이 신임 수석 부당수로 선출됐으며, 볼프강 티어제 하원의장, 하이데 비초레크-초일 대외원조부 장관, 쿠르트 벡 라인란트-팔츠주(州) 주지사 등이 부총재로 재선됐다. 사민당은 오는 19일 까지 계속될 이번 전당대회에서 지난 1998년 슈뢰더 총리가 변화된 세상에 맞는 정책노선이라며 내세운 이른바 `신중도(新中道)'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대회에서 슈뢰더 총리의 고향인 니더작센주 사민당 지부장이자 과거 `슈뢰더의 정치적 양자'로 불렸던 우파 성향의 지그마르 가브리엘 까지 "신중도는 시민들과의 접점을 잃어버리게 한 `낡은 중도'일 뿐"이라고 공격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 사민당 내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날 전당대회장 앞에선 경찰과 소방관 노조, 군인단체 대표 등 6천여 명이 슈뢰더 정부의 임금과 복지 삭감 조치 등에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