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3일 북핵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한국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주는 최대 불안요인이라고 밝혔다. 존 체임버스(John B. Chambers) S&P 정부 신용등급 평가그룹 부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조선호텔에서 가진 `국가신용등급설명회' 직후 기자회견에서 "국제법을 무시한 불량국가(북한)와 인접한 국가는 한국 뿐"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체임버스 부대표는 이어 "대만이나 이스라엘도 지정학적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만큼 실제적인 위험에 노출돼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대만의 경우 신용등급이 높아 중국과의 통일과정에서 중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국은 북한과 통일하면서 그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임버스 부대표는 "북핵 문제 다음으로 통일비용이 한국 신용등급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 2차적 요인"이라며 "북한경제가 무너지면 한국은 엄청난 재정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어 한국 정부에 충분한 규모의 재정준비금을 축적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부대표는 "한국 정치는 전무후무한 계기를 맞고 있다"며 "노무현 대통령이 재신임되면 경제정책을 일관성있게 밀고나갈 입지를 다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정책 추진에 난항이 예상돼 국내외 투자자들의 성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국 파병여부가 신용등급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없다"며 "S&P의 신용평가위원회에는 미국 외에 여러 국적을 가진 위원들이 참여해 정부 신용등급을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데이빗 비어스(David T. Beers) S&P 정부 신용등급 평가그룹 대표는 한국 경제정책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김대중 정부의 경제정책의 기조를 일관성 있게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여러 경제정책 입법과정에서도 정당간 합의가 이뤄지는 등 전반적으로 정책적 안정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체임버스 부대표는 한국 부동산 문제에 대해 "부동산 대출이 많은 한국 은행권 리스크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며 "한국 정부의 우발적 리스크를 전반적으로 점검할 때 부동산 문제가 고려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정부가 직면한 문제가 지정학적 위험 외에도 `준재정 활동'이라고 지적하고 부외 계정이나 신용보증 기금 활동, 준공기업 활동, 민간기업 지원활동으로 예산에서 지출할 수 있는 준재정활동 여력이 한계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S&P측은 "한국 경기 회복은 국내 정치와 미국 경제 등 글로벌 경제회복에 달려 있다"며 "미국 경제는 긍정적 회복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한국 정치의 안정여부는 지켜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S&P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한국 정부의 신용등급을 A-로 매기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견실한 외환상황, 균형잡힌 정부 재정, 발전된 경제구조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심각한 지정학적 위험, 높은 우발채무 위험, 준 재정활동 등이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rhd@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