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국가들의 과다한 외환보유가 지역경제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일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 외환보유액'에 경고를 하고 나섰다. 표면적 논리는 지나친 외환보유고가 아시아국가들이 통화정책을 펴는데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어 인플레 압력을 높인다는 것. 하지만 그동안 미국이 외환시장 개입 근거로 외환보유액 급증을 꼽아왔다는 점에서 IMF가 아시아국가들의 환율조작에 대해 '간접경고'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시아 외환보유액 증가 지나치다=IMF의 데이비드 로빈슨 리서치담당 부총재는 이날 "아시아지역의 외환보유고 증가가 지나치다"며 "특히 달러가치가 더 떨어지면 급증한 외환보유고가 아시아경제에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의 아시아경제는 전반적으로 양호하지만 추가로 외환보유고가 늘어날 경우 당국의 통화조절 기능이 약해져 인플레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달러약세가 이어지면 아시아국가 중앙은행들의 달러는 비축기능으로써의 유용성이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만약을 위해 외환보유액을 늘리는 것과 노아의 방주를 쌓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는 앞서 IMF가 세계경제 전망보고서를 통해 "지난 18개월간 아시아지역의 외환보유액 급증을 합리화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아시아 외환보유액 최고치 경신 행진=일본 중국 한국 등 주요 아시아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은 IMF의 지적대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외환보유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일본은 지난 9월 말 6천억달러를 넘어서며 8월에 세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3천8백39억달러) 한국(1천4백15억달러)도 몇개월째 최고치 행진을 벌이고 있다. IMF자료에 따르면 중국 대만 한국 홍콩 등 4개국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에만 2천억달러 이상 급증했다. 미국은 '보유 달러급증=외환시장 개입'이란 등식을 근거로 중국 일본 한국 등에 환율공세를 펴고 있다. IMF가 아시아의 외환보유액 증가에 '부정적' 목소리를 낸 것도 미국의 이같은 입장에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로빈슨 부총재가 "아시아국가들은 대미수출로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보다 국내 소비 활성화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게 그것이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