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로 예정된 정부의 '시장개혁 방안' 작성 시한을 앞두고 재계와 정부, 정부내 부처간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0일 '주식 소유구조의 국별 실태 및 정책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중인 출자총액제한제도 개정 방향을 정면 비판했다. 상의는 공정위가 의결권 승수(지배주주 일가가 실질 소유지분에 비해 의결권을 얼마나 더 행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를 기준으로 출자규제 한도를 완화하거나 졸업대상을 정하려는데 대해 "오너가 경영에 참여하거나 보유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을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평가하거나 제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공박했다. 재정경제부도 최근 연구 용역보고서와 자체 보고서 등을 통해 출자규제제도를 대폭 완화하도록 주문하고 있어 이달 발표될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이 어떤 식으로 조율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소유ㆍ경영분리가 절대 선 아니다 공정위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발주한 용역 보고서(시장개혁 추진을 위한 평가지표 개발 및 측정) 등을 통해 총수 일가의 소유 지분과 의결권간의 괴리도를 출자규제 완화나 졸업의 기준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상의는 그러나 서구 기업들의 예를 들어 소유ㆍ경영 분산이 글로벌 스탠더드는 아니며 더구나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마라 파치오 교수(로테르담대)가 지난해 금융경제학저널지(Journal of Financial Economics)에 게재한 논문 '서유럽 기업들의 소유권구조(Ultimate ownership of western European coporations)'를 인용, 유럽 13개국의 경우 소유ㆍ경영 분산형 기업의 비중(전체 기업의 36.9%)보다 소유ㆍ경영이 집중된 기업의 비중(44.3%)이 더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포천 5백대 기업을 국가별로 분석한 결과 미국 등 소유ㆍ경영 분산형 국가들의 경영 실적이 핀란드 등 소유집중형 국가 기업들보다 결코 좋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유ㆍ경영 분리가 잘 돼있다고 평가받았던 미 엔론사의 경우를 예로 들며 소유ㆍ경영 분리를 절대선으로 추구하기보다는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경영자의 능력과 도덕 의식을 중심으로 기업을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 ◆ '의결권 승수' 기준 논란 상의는 국내 기업 역사를 감안할 때도 의결권 승수 기준의 규제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국내 기업의 역사가 짧은데다 외국에 비해 자금조달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그룹 계열사를 통한 신규사업 진출이 불가피했다는 것. 실제로 삼성이나 현대 등 주요 그룹들의 발전사를 보면 대주주의 직접투자보다는 여러 계열사들이 신규 사업에 공동 투자해 대주주의 자본조달 능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공정위는 대주주들이 계열사를 통한 순환출자를 통해 그룹 지배력을 확대하면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배구조 우량기업에 규제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는 앞으로 1∼2차례 더 민ㆍ관 합동의 '시장개혁 비전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 회의를 열어 향후 3년 동안 기업들이 달성해야 할 소유지배구조 및 내ㆍ외부 통제시스템에 대한 평가 지표와 목표치를 제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 기준의 달성 여부에 따라 앞으로 3년 후 출자규제 등 대기업 시책을 완화할지 강화할지를 정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