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로 유명한 나라 캄보디아. 하지만 하늘에서 내려다 본 캄보디아의 시엠립 공항은 너무도 아름답다. 푸른 숲 사이로 에메랄드빛 강과 호수가 점점이 박혀 맑은 하늘을 비추고 있다. 한국의 50년대를 연상케 하는 시골길을 30여분 달려 앙코르 유적지를 찾아간다. 외국산 중고차와 한국산 트럭과 버스가 간간이 달릴 뿐 도로는 한산하다. 사방이 온통 초록빛으로 깨끗한 자연이 살아 숨쉬는 지역임을 절로 느끼게 한다. 이윽고 밀림 사이로 너무나 놀라운 광경이 펼쳐진다. 거대한 석조 신전이 물 위에 떠 있다! 해질 녘 황혼에 비쳐 붉은 색으로 변해가는 신비스러운 건축물. 예술성과 웅장미에서 고대 그리스 신전과 로마의 콜로세움을 능가한다는 앙코르와트 사원이 나타난다. 12세기 고대 크메르 제국이 번창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열쇠는 논농사였다. 수량 조절과 관개를 위해 만든 인공호수로 인해 사원 자체가 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야 바르만 2세를 비롯한 역대 신왕들은 대규모 운하와 저수지를 건설하고 신의 은총을 빌기 위해 거대한 사원을 지었다. 크메르 왕조의 우주관을 완벽하게 반영한 앙코르 유적 중에서도 '사원으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의미의 앙코르와트는 첫 손 꼽히는 걸작품이다. 다섯 개의 탑 중에서 중앙의 높은 탑은 우주의 중심인 미루산(彌樓山ㆍ수미산이라고도 한다)을 나타내고 이를 둘러싼 성벽은 세상 끝에 둘러쳐진 산을, 성벽 바깥 둘레 5.4㎞의 거대한 인공호수는 깊고 넓은 대양을 상징한다. 동서남북으로 난 긴 회랑이 앙코르와트의 각 테라스를 둘러싸고, 신전과 귀퉁이의 탑과 계단을 연결하고 있다. 회랑의 벽에는 힌두교의 갖가지 서사시를 묘사한 조각이 파노라마처럼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조각품은 앙코르 유적 어디에서나 만나는 춤추는 여인상인 '압살라'. 가녀린 어깨, 봉긋하게 솟아오른 가슴, 오똑 튀어나온 젖꼭지, 가느다란 허리를 하고 살짝 미소 지으며 진한 관능의 향기를 내뿜고 있는 압살라의 모습은 먼 이국에서 온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중앙 첨탑에 오르기 위해 손잡이도 없는 경사 70도의 계단을 올라가면 앙코르와트의 전경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바로 이 곳이 왕이 사후 신이 되기를 염원했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장소가 아닌가. 망루 사원 회랑이라는 3차원적 독특한 공간구조에다 놀라울 정도로 정확한 좌우 대칭의 아름다운 기하학적 설계는 앙코르와트가 왜 세계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됐는지를 말해 준다. 캄보디아가 앙코르와트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지는 여러 군데에서 읽을 수 있다. 캄보디아에서 사용하는 화폐 리엘과 그들의 국기에는 앙코르와트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30년 전 생산하기 시작한 맥주상표에 앙코르비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다. 앙코르와트 북쪽 1.7㎞ 지점에 있는 앙코르톰 역시 정교함과 아름다움에서 뒤지지 않는다. 크메르 왕조의 마지막 도성으로 규모가 앙코르와트보다 훨씬 크다. 특히 앙코르톰의 중앙에 서 있는 불교사원인 바이욘에서 볼 수 있는 사면불안탑(어느 방향에서 바라 보아도 부처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탑)은 '바이욘의 미소'로 불리며 보는 이들로 하여금 마음의 평정을 되찾게 해준다. 이밖에 왕이 국사를 처리하던 길과 수십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육되던 크메르 왕국의 모습을 벽을 따라 새겨 놓은 코끼리 테라스 등은 크메르 왕조의 영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앙코르톰의 동쪽에 자리잡은 타 프롬 사원은 자야 바르만 7세가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건립한 사원. 앙코르 사원중 규모가 가장 크다. 8백20년이 지나도록 정글에 방치돼 있었지만 오히려 폐허 자체가 갖는 아름다움으로 관광객들의 발길을 잡고 있다. 벵골 보리수과에 속하는 거대한 스퐁의 뿌리가 석상의 얼굴을 휘감고 벽과 지붕, 담을 넘어 문을 감싸고 있다. 안젤리나 졸리 주연의 영화 '툼레이더'에서 보여주듯 자연과 문명의 절묘한 공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유적지임에 틀림없다. ----------------------------------------------------------------- < 여행수첩 > 인도차이나 반도 중앙부에 위치한 캄보디아는 면적이 한반도의 5분의 4 정도다. 수도는 프놈펜. 전형적인 열대몬순 기후로 5∼11월은 우기이며, 11∼4월이 건기. 연평균 기온은 섭씨 27도 정도이나 한 여름에는 40도를 오르내릴 때가 많아 무척 덥다. 표준시는 한국보다 2시간 늦다. 모기가 많고 햇빛이 강렬해 긴팔 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통화단위는 리엘. 미화 1달러당 3천7백 리엘 정도. 어디서나 달러가 통용돼 굳이 리엘화로 환전할 필요는 없다. 1달러짜리 소액권을 가능한 한 많이 준비해 두는 것이 쇼핑에 편리하다. 비자는 시엠립 공항에 도착해 발급(20달러)받는다. 앙코르와트 하루 입장료는 20달러. 시엠립에 북한식당인 평양식당과 장원 등 3개의 한식당이 있다. 대한항공과 베트남항공은 최근 인천∼하노이(일요일 제외, 매일 운항), 하노이∼시엠립 노선(화ㆍ목ㆍ토ㆍ일 주4회)에 신규 취항, 기존 호치민∼시엠립, 방콕∼시엠립 노선과 함께 이용할 수 있어 여행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인도차이나 전문 여행사인 월드트래블(02-779-4900)을 비롯한 여행사들이 베트남 하롱베이(2박)와 함께 시엠립 앙코르와트(2박) 관광코스를 4박6일 상품으로 내놓고 있다. 1인당 1백9만∼1백29만원. 시엠립(캄보디아)=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