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매미'의 강습으로 엄청난 인명 및재산 피해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전문가들은 국가재난관리 시스템을 전면 보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또 기상 이변으로 자연 재해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 각종시설물 기준을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이번 태풍이 워낙 강했지만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해 피해가 더 커진 면이 있다. 국가안전관리정보시스템(NDMS)이 5년여째 운영되고 있지만, 이번의 경우 피해에대한 보고와 집계가 느려 문제로 지적된다. 이 시스템은 읍.면.동에서 더 큰 지자체로 보고가 올라오는 상향식 체제인데 유선 방식이어서 이번처럼 정전,통신 두절 등 의외의 사태가 생기면 문제가 생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이 시스템을 유선이 아닌 위성에 의한 운영방식으로 바꾸는등 국가안전관리 시스템 자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해일 예보를 정확히 내려 피해를 줄이지 못한 것도 문제다. 만조 때 태풍 저기압이 지나가면 해수면이 상승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할 수있는데도 해양부나 지자체가 해일 예보를 지역별로 정확히 제공하지 못하는 바람에피해가 커졌다. 바람에 대비한 `내풍'설계 기준도 상향 조정해야 하며, 피해 현장에서 방재활동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물자.장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시민들 스스로도 재해가 예상되면 대피령 등 정부 조치에 신속히 따르는 성숙한의식이 필요하다. ◆정재희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 지난해 태풍 `루사'로 큰 피해를 입었고, 올 2월 대구 지하철 참사까지 이어지면서 재난관리 시스템을 보완하는 와중에피해가 또 발생했다. 풍수해 등 자연 재해가 날 때 비상대응 시나리오 등을 만들어 구체적인 재난 상황을 예상해 평소 충분히 연습해야 한다. 관련 부서 또는 기관별로 적극적 협조를 통해 국가의 재난관리 시스템을 일원화해야 한다. 사고 때마다 지자체나 기관별로 손발이 안맞는 상황은 개선돼야 한다. 또 전세계적인 기상 이변으로 인해 자연재해의 강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점을 감안, 기존의 시설물 신축이나 유지.관리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심재현 국립방재연구소 박사= 올해는 비가 내린 날이 많아 토양이 물기를 많이 머금고 있었다. 이로 인해 `매미'가 뿌린 폭우가 토양에 흡수가 덜 됐고 둑과 토양이 이미 빗물을 많이 머금은 상황이라 붕괴 가능성이 더욱 높았다 홍수를 자연재해로 보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재적 요소가 커지는 상황이다. 게다 가 국지성 호우도 잦고 강수량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정부가 체계적인 재해 종합대책을 마련해야지만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낙동강 유역의 경우 강.하천.개천 등으로 구분해 배수 또는 홍수조절시스템이 각기 다르게 운용되고 있는데 통합적 기준에서 배수시스템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하천 유역에도 통합관리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김상대 고려대 건축공학과 교수= 송전탑이 넘어져 남부지방에 암흑천지가 된것은 안타깝다. 송전탑 중 이미 노후된 시설이 있었던 만큼 미리 조치했어야 했다. 해일에 대한 재해대책 마련도 시급해 보인다. 일본에 비해 해일 피해에 대한 행정당국의 경험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이번 처럼 해일을 동반할 가능성이 있는 태풍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 미국.일본 등 재해대비 시스템이 완벽한 나라들은 홍수,토네이도 등으로 피해를입더라도 빠르게 복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런 면에서 강릉 지역이 작년에 당한 수해의 악몽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에 또태풍피해를 입은 것은 안타깝다. 정부는 재해 예방대책뿐만 아니라 신속한 복구시스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정윤섭 기자 zoo@yna.co.kr jamin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