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aro@lge.com 중국에서 일하면서 주말이면 베이징 시내의 여러 상점들을 둘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각양각색의 판촉 이벤트들로 북적이는 상점가에 가보면 중국에서의 마케팅이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되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사면 하나를 더 주는 매일송일(買一送一),헌 물건에 돈을 좀 보태면 새 물건으로 교환해주는 이구환신(以舊換新),1백% 당첨이 보장되는 행운복권 등 다양한 판촉활동이 베이징 거리에서 펼쳐진다. 게다가 중국 전통복장을 한 판촉사원들과 다재다능한 도우미들이 등장하는 현대식 이벤트까지 더해지면 베이징 거리는 그야말로 판촉 이벤트로 장관을 이룬다. 하지만 중국의 소비자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화비삼가 부흘휴(貨比三家 不吃虧)'. 즉 물건을 살 때 최소한 3곳 이상의 상점을 다녀보고 비교해 봐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속담도 있듯이,그들은 매우 합리적인 구매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흔히 조그마한 노트에 깨알 같이 브랜드별 가격과 기능을 메모하고,판매원들이 귀찮아할 정도로 꼬치꼬치 캐묻는다. 심지어는 휴대용 줄자를 가지고 와서 제품의 실제 길이를 재어보기도 한다. 이쯤 되면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물건을 하나 파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중국에 진출한 많은 기업들이 그들을 향해 치열한 '구애(求愛)' 경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효과적인 판촉활동은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라는 사실은 중국시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더구나 '성신위입시지근본(誠信爲立市之根本)'이라는 말처럼 신의를 중요시하는 중국인의 특성에 비춰볼 때 신뢰를 쌓아가는 일이야말로 최상의 마케팅이라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기업,믿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는 믿음은 꼼꼼하게 따져보기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는 그 어떤 이벤트보다도 우선하는 구매동기다. 중국의 상점들을 돌아볼 때마다 느끼고 다짐하는 것은 눈과 귀를 현혹하는 이벤트가 아니라 신뢰를 쌓아가는 판촉활동이 시장에서 승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충심으로 조언하고자 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