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고용 없는 성장'을 겪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각종 경기지표는 호전조짐을 보이고 있으나,실업률이 줄지 않아 경제회복의 발목을 잡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보기술(IT) 등 하이테크 업체들이 글로벌경쟁에 대응,신규 고용을 꺼리면서 성장과 고용간 갭을 확대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제성장=고용증대' 깨진다=미국의 7월 중 고용시장 동향은 경제회복과 고용증대간 상관관계가 약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업률은 전달 6.4%에서 6.2%로 떨어졌지만,고용증가보다는 구직 희망자 감소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이다. 뉴욕 월가는 당초 1만8천개 정도의 일자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실제로는 4만4천개 감소했다. 이로써 미국의 일자리는 25개월 연속 줄었다. 이에 앞서 발표된 2분기 경제성장률은 2.4%로 당초 예상치(1.5%)를 크게 웃돌았고,제조업지수와 소비자 신뢰지수도 호전됐지만 고용 증가로 이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월가의 분석이다. 유럽 최대 경제권인 독일의 경우도 실업률이 떨어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 경기지표인 Ifo기업지수는 5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경기회복을 예고했다. 하지만 실업률은 5월 10.7%,6월 10.6%로 여전히 사상 최악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도 사정이 별로 다르지 않다. 주요 상장기업들이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고,주가는 1만엔선에 근접했지만 실업률은 연초 수준보다 소폭 떨어진 5.3%에 이르고 있다. ◆고용악화는 구조적 문제=CNN머니는 2일 선진국 경제가 성장해도 과거와는 달리 즉각 고용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를 두 가지로 꼽았다. 우선 IT 등 첨단산업의 경우 인력을 늘리지 않아도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데다 고용을 억제할수록 코스트 부담이 줄기 때문이다. 지난 2분기 중 미국 내 일자리는 제조업 분야에서 7만1천개가 감소했으며,이중 컴퓨터와 전자업종에서 1만1천개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이를 잘 반영한다. 컴퓨터 및 전자산업의 경우 2001년 1월 이후 줄곧 미국 내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미국 유럽 일본 등의 대기업들이 원가부담을 줄이기 위해 생산공장을 해외로 옮기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됐다. 선진국에서 일자리가 늘어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분석이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