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2일 서울에서 개최된 제 11차 남북 장관급회담은 북측으로 부터 핵문제와 관련, 확대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을 시사하는 공동보도문을 도출해 냄으로써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는 분석이다. 또 목전으로 다가온 민간부분의 8.15 공동행사, 추석 금강산에서의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비롯, 향후 남북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의 구성을 검토키로 한 것 등 핵위기속 남북간 교류가 차질없이 진행될 것임을 예고한 것도 한반도 긴장완화에 도움이될 것으로 보인다. 남측은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심각한 우려와 단호한 입장을 가감없이 전달하고 남.북.미.중.일 등이 참여하는 확대다자회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으나 북측은 미국의 대북 압살정책이 한반도를 전쟁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같은 민족으로서 미국의 이런 움직에 가담해서는 안된다고 맞서 회담기간 내내 진통을 겪었다. ◆ 핵문제 = 확대다자회담 수용 가능성 여부로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분야다. 이와관련, 남측은 북핵문제가 해결될 경우 북한의 안전문제도 보장될 수 있으며,국제사회와의 경제협력과 남북경협도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확대다자회담 수용하라고 몰아붙였다. 이에 북측은 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간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고 강조하면서도, 이는 어디까지나 북-미간에 해결할 문제로 미국이 대북 압살정책을 바꾸면 대화형식에 구애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남측은 회담내내 북측에 확대다자회담을 수용하라고 압박했고, 회담 막판에 "핵문제를 적절한 대화의 방법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표현을 공동보도문에 넣는데 동의했다. 신언상 회담 대변인은 "이는 3박4일간의 진통끝에 나온 표현으로, 확대다자 회담수용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고 봐도 된다"고 확인했다. 북측 김령성 단장은 10일 전체회의에 앞선 환담에서 북핵문제와 관련, "이번 회담이 조-미간 토론하는 회담은 아니지만 이런 문제를 두고서 의견을 교환하자"고 말해 이전과는 달리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핵문제를 회담 의제로 삼는 것 조차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것과는 달리 회담내내 핵문제와 관련된 남측의 주장을 시종일관 진지하게 경청하는 모습도 주목을 끌었다. ◆ 이산가족 상봉 및 8.15 광복절 행사 = 남북은 이번 회담에서 추석을 계기로금강산에서 이산가족상봉행사를 실시키로 정식 합의했다. 남북은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지금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7천100명 이산가족의 상봉을 실현시켰으며 이번 추석 상봉은 8번째다. 남북은 또 이산가족면회소 건설 착공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력하기로 합의해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는 향후 적십자실무접촉을 통해 건설규모 등 절차적 문제 협의를 거쳐 현실화 될 수 있게 됐다. 상봉규모가 우리측이 요구하는 400-500명선에 이를지는 아직 확실지 않으나 과거보다는 훨씬 커질것으로 보인다. 면회소의 경우 북측의 2만평, 남측의 3천평 규모 제안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일것으로 예상되는데 전문가들은 대략 5천평 규모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있다. 북측은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도 납북자.국군포로들의 생사.주소확인 사업을 진행하자는 남측의 제의를 거절했다. 민간단체 차원에서 진행되는 8.15 광복절 행사의 경우, 개최지에 대한 남북간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이지만 양측이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속에서 진행할 수있도록 협력키로 합의함으로써 평양이든 금강산이든 곧 결정될 전망이다. ◆ 남북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 구성 = 남측은 당초 확대추세에 있는 사회문화분야의 교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위해 장관급 회담 산하의 차관급을 단장으로 하는 사회문화교류추진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으나, 북측은 행정적인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시했다. 결국 남북은 교류협력사업 이외에 북한의 비방방송 중지 요구등 쌍방이 제기하는 문제도 검토하는 조건으로 남북사회문화협력분과회의를 구성키로 합의했다. 북측은 당초 KBS 사회교육방송 등 방송권역이 북한에 뻗치는 국내의 모든 대북 방송을 중단시키려는 목적에서 올해 8월15일부터 남북 동시에 상대방을 비방하는모든 방송을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아뭏든 이 분과회의가 구성될 경우 예컨대 국제대회에서의 남북단일팀 구성을일회성이 아닌 제도적으로 의무화하는 기반까지 마련할 수 있어 핵위기속에서도 남북 교류는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 제 2차 남북국방장관회담 무산 = 남측은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이번 회담에서 작년 11월로 예정됐다가 무산된 제 2차 국방장관회담 개최를 관철시키기 위해 주력했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우리 국방부 마저도 "여건조성이 안돼있다"는 이유로 시큰둥한 상황에서 북측이 이를 수용하리라는 것은 기대난이었다. 북측은 남측이 북 지도층과 군을 `주적'으로 규정, 국방비를 증액하고 주한미군은 전력을 대폭 증강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남북국방장관 회담은 장관급회담의 소관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들어 거부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