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뭘 하는지 모르겠어요" 지난8일 현대차 5공장 회의실에서 열린 하청업체 비정규 노조설립 총회를 지켜본 한 관리직 간부는 이렇게 푸념했다. 그는 "물류대란을 일으킨 화물연대 파업이 끝난지 불과 한달도 안돼 이와 비슷한 비정규 조직화가 현대차를 볼모로 본격화되고 있는데 노동 당국은 강건너 불보듯 태연합니다"면서 "상황파악을 위한 최소한의 움직임조차 별로 눈에 띄는게 없습니다" 현대차의 비정규직 노조설립을 신호탄으로 울산의 다른 제조업체 비정규직들도 앞다투어 노조설립에 나설 태세다. 하청업체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설립하는 것은 비시거리가 못되지만 문제는 이들이 소속사인 하청업체를 상대로 투쟁하려는게 아니라 일터인 대기업을 표적으로 한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에는 지금 비상이 걸렸고 삼성SDI 현대중공업등 비정규직을 많이 쓰는 사업장들은 하나같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울산대학교의 모 교수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을 넘어선 비정규 근로자의 조직화가 가속화되고 이들이 정규직에 비해 큰 차이가 나는 임금을 일시에 만회하기위해 집단행동을 벌일 경우 한국산업은 단번에 패닉에 빠져들 수 있다"며 "정부가 정책 가이드 라인을 빨리 제시함으로써 비정규직들의 과잉기대및 보상심리를 적절한 선에서 차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사측은 물론 정규직 노조도 비정규직과의 노노갈등을 우려하고있지만 노.사.정의 한 축을 이루는 정부 당국만 잠잠하다. 화물연대파업때도 그랬듯이 공무원들은 문제가 곪아터져 대통령이 관심이 보일때까지 움직이지 않는 습성을 익혀온지 오래됐다. 특히, 참여정부들어 집권세력이 친노성향을 보이자 정부 당국의 복지부동내지는 강건너 불보기 습성은 더욱 고질화된 같아 안타깝다. 울산=하인식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