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이 기소되면서 대북사업은 물론 현대그룹의 앞날에도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특검이 정 회장에 대해 현대상선의 분식회계를 지시했다는 혐의를 적용하면서 분식회계로 촉발된 SK글로벌 사태처럼 사정 당국의 조사 강도에 따라 그룹 전체가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 회장 측은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운신의 폭은 극도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 대북사업 어떻게 되나 특검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에 대해 남북관계를 의식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당장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개성공단 착공식이 코앞에 닥쳤고 북한 당국도 정 회장을 거의 유일한 경제협력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구상대로 대북사업이 흘러갈 가능성은 높아보이지 않는다. 사업 주체인 현대아산의 경영여건이 악화일로에 있는데다 현대그룹 전반의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대북사업의 핵심인 외자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는 당초 개성공단 착공식 이후 국내외 투자설명회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았으나 북한 핵문제까지 겹치면서 사업진행에 상당한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대북송금의 대가로 획득한 전력 통신 수자원 등 북한내 사회간접자본(SOC) 개발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대는 다만 북한 당국으로부터 얻은 독점사업 계약은 여전히 유효한 만큼 사업권 분할 매각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융통한다는데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 현대그룹 어디로 가나 현대 관계자는 "그동안 정 회장이 대북사업에만 전념하면서 계열사들의 독립경영체제를 유도해온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에 성공한 뒤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택배도 안정적인 경영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이 공소장을 통해 '정 회장이 현대상선을 통해 북측에 2천2백35억원을 송금한 사실을 감추기 위해 장부를 허위로 기재했다'는 혐의를 걸고 나오면서 정 회장은 어떤 형태로든 분식회계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게 됐다. 소액주주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고 사정(금융)당국이 현대상선뿐 아니라 현대그룹 전반으로 조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분식회계에 대한 조사가 본격화되면 최근 특검 조사과정에서 불거진 현대그룹 비자금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야당인 한나라당은 특검 수정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방침을 정해 놓고 있어 대북송금 파문이 단기간에 가라앉을지도 미지수다. 결론적으로 정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현저히 약화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현대 계열사들은 독자 생존을 위해 각개 약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