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초부터 한달간 한국에서 공연될 예정인뮤지컬 「시카고」가 현재 웨스트엔드에서 인기리에 상연중이다. 97년 아델피 극장에서 개막한 이래 무려 5년째 공연되고 있다. 런던에서만 6천만 파운드를 벌었고 200만 관객이 봤다. 한 해 먼저 막 오른 브로드웨이 공연 등을 합치면 전세계적으로는 5억5천만 달러 수입에 1천200만 관객을 동원했다. 「시카고」는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뮤지컬로도 몇 차례 공연된 데다 최근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도 국내에 개봉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아카데미상의작품상 등 6개 부문을 휩쓸었는데 뮤지컬 역시 97년 연극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토니상에서 리바이벌 뮤지컬상과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했다. 「시카고」는 192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매스미디어의 선정주의적 속성을 신랄하게 폭로한 작품이다. 이는 원작자 모린 댈러스 왓킨스가 기자 출신이었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나이트클럽의 코러스걸인 록시 하트가, 살인으로 체포되지만 능수능란한 여론조작을 통해 결국 풀려나게 된다는 게 줄거리로, 살인과 간통, 부패, 배신, 팜므 파탈등의 모티브에 관능적이고도 퇴폐적인 1920년대 미국 재즈 문화를 녹였다. 원래 「시카고」는 1975년 작고한 안무가 겸 연출가 밥 파시에 의해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지금 런던에서 공연중인 작품은 96년 연출가 월터 바비와 안무가 앤레인킹이 파시에 대한 추도 차원에서 다시 만든 것. 영화를 먼저 본 관객들이라면 뮤지컬은 심각한 주제에 비해 훨씬 가벼운 접근을했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어둡고 음침한 계략과 음모, 배신 등에 관해 얘기하면서도 여전히 코믹함을 잃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끈적거리는 재즈 선율과 춤에담긴 관능.퇴폐미는 물론 그 연장선상에 있는 언론과 사회에 대한 차가운 비웃음 등은 여전하다. 또 파시의 전매특허인 육감적인 춤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사실적이기보다는 상징적으로 표현한 게 특징이다. 또 사회자가 극에 개입하거나 배우들이 관객에게 말을건네는 방식으로 서사극적 요소도 담고 있다. 나이트클럽의 쇼 무대와 비슷한 무대는 단순하게 만들어졌다. 재즈 밴드의 연주석이 무대 전면을 꽉 채운 채 배우들은 연주석 앞 쪽 좁은 공간을 오가며 현란하고도 격렬한 춤을 선보인다. 「시카고」는 국내에서도 오는 7월 2일-8월 3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공연단은 런던 공연의 성공에 힘입어 구성된 영국 순회공연팀인데 런던 오리지널 공연에 참여한 배우들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일본 순회공연을 마친 뒤 내한하는 일정이다. 영국 작품 역시 로런스 올리비에상 베스트 뮤지컬 제작상 등을 받았다. (런던=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