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을 허용하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계속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인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관계당국의 말이 서로 다르고 모호하기까지 해 도무지 갈피를 잡기 어려운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공장 증설을 허용하는 조건으로 비수도권 지역에 비슷한 규모의 신규투자를 정부가 종용하고 있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얘기도 들린다. 최근 LG필립스LCD 파주공장 건설을 허용한 데서 보듯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면서 유독 국내기업에 대해서,그것도 현재 위치에서 공장을 증설하려는 것까지 막는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역차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기흥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집적지가 핵심 경쟁기반이 되고 있는 터에 공장을 분산하면 집적효과가 반감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는 정부가 세계적 추세라고 강조하는 클러스터(혁신집적지) 육성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증설문제도 그렇다. 다른 지역에 공장을 증설할 경우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증설을 하려면 기존공장마저 옮기라는 것인데 이는 경제논리로 보면 아예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지역균형 발전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기업의 요구를 지금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도대체 이 문제가 언제적부터 제기된 것인데 아직도 연구결과를 기다리라는 한가한 소리나 하고 있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국토균형발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기업이 당장 투자를 못해 경쟁력을 잃고 나면 소용없는 일이다. 하향평준화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발전시키고,지방은 지방대로 특화산업을 육성시키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이 문제에 대해 조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