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료에서는 우유와 발효유 제품에 장수상품이 많다. 탄산음료나 과일음료는 소비자 기호 변화에 따라 명멸을 거듭한다. 반면 건강음료 성격이 강한 우유나 발효유는 소비자들이 한번 입맛을 들이면 단골이 되기 쉽다. 유행에 따른 폭발적 매출 증가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우수한 제품 질에 힘입어 오랜 기간 꾸준히 사랑받는 제품이 상대적으로 많다. ◆ 하루에 1천만개가 팔리는 우유 국산 우유 최장수 브랜드는 서울우유의 '서울우유'다. 1937년 첫선을 보여 66년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초창기엔 1홉짜리 우유병을 사용하다가 한국전쟁 때는 미군부대에서 맥주병에 우유를 담아 팔기도 했다. 종이팩 우유는 1975년에 등장했다. 70∼80년대 '왕관현상'을 통해 신선한 우유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지난해 5월23일은 서울우유에 기념비적인 날이었다. 2백㎖ 팩 기준으로 하루 판매량이 1천만개를 돌파한 것. 우리나라 인구가 4천7백만명임을 감안하면 국민 4.7명당 1명이 매일 서울우유를 먹고 있는 셈이다. 올해 판매 목표는 2백㎖짜리 팩 기준으로 30억개. 서울우유는 우유 소비를 늘리기 위해 다이어트 우유 美's, 천연 셀레늄이 함유된 셀크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에도 주력하고 있다. ◆ 가공우유의 최강자 1974년 6월 출시된 빙그레 바나나우유는 가공유 시장에서 최고 브랜드 파워를 자랑한다. 지난해 판매량은 2억2천만병, 공장출고가 기준으로 8백50억원. 국내 우유 제품으로는 최초로 단일제품 1천억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98년 매출이 3백억원대였음을 감안하면 매년 30∼40%씩 고성장하고 있다. 바나나우유의 핵심 경쟁력중 하나는 단지형 용기. 통통한 배불뚝이형 모습 때문에 월남전 파병 용사들이 '수류탄 우유'라고 부르기도 했다. 단지형 용기는 특허를 획득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마실 때 부주의로 용기가 약간 기울더라도 흘러나오지 않도록 목 부분에 턱이 만들어졌다. 가운데 배 부분을 경계로 위와 아래 부분을 따로 만들어 접착하는 방식이다. ◆ 최고의 대박 발효유 한국야쿠르트의 '윌'은 '발효유=장'이라는 통념을 완전히 바꿔 놓은 제품이다. 위염 위궤양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해주는 효능 덕에 '위에 좋은 발효유'로 어필하며 건강음료의 새 장을 열었다. 우리나라 성인의 55% 이상이 헬리코박터 균에 감염돼 있어 위 건강 음료의 영향력은 더욱 폭발적이다. 또 1병에 1천원인 고가 제품으로 국내 프리미엄 음료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2000년 9월 윌을 출시할 당시 세웠던 판매 목표는 하루 20만개. 그러나 출시 2주만에 주문량이 30만개를 넘어섰고 현재는 하루 65만개나 팔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천억원으로 국내 발효유 사상 최고의 대박 상품이다. 제품 정식 명칭은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이 이름 덕에 국내 소비자들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낯선 의학용어에 상당히 익숙해졌다. '윌'이란 브랜드 이름은 '위를 위한 제품'이란 의미를 담고 있고 영어적 뉘앙스도 강하게 풍겨 채택됐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