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對)이라크에 대한 유엔 제재 해제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프랑스가 민간인들을 대상으로 한 제재의 즉각적 중단을 전격 제안했다. 장-마르크 델라 사블리에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22일 이라크 무기사찰과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토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라크 주민을 위해 비군사 부문 제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사블리에르 대사는 "이라크 주민 60%가 의존하는 석유-식량 프로그램이 현실에 맞게 조정되지 않는다면 인도적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프랑스는 민간부문 제재의 해제를 위해 신속히 조치를 취할 태세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는 90년 쿠웨이트 침공 이후 가해진 일련의 유엔 제재에 따라 수출입과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 등에 관해 제약을 받고 있으며 석유-식량 프로그램으로 유엔에 승인된 인도적 물품의 구입을 위해서만 석유를 수출할 수 있다. 사블리에르 대사는 이라크 제재의 완전한 해제는 이라크가 무장해제한 것으로 입증된 후 실현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현지의 새로운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블리에르 대사는 또 안보리에 "이라크의 무장해제를 국제적으로 입증할 수 있도록 유엔 사찰단과 미국의 무장해제팀의 협조, 결합에 관한 실제적이고 실용적인 조정 방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대이라크 제재 해제는 유엔 사찰단의 이라크 복귀와 연계해야 한다면서 프랑스와 함께 미국의 제재 해제 요구에 반대해온 러시아도 종전 입장을 고수했으나 프랑스의 새 제안에 대해 검토 용의를 밝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많은 안보리 이사국들이 현지 상황에 맞게 유엔의 위임사항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브로프 대사는 "핵, 생물, 화학 무기 등 4개 분야와 관련한 무장해제 업무를 담당할 조직은 유엔 사찰단밖에 없다"고 말해 제재 해제는 사찰단 복귀 이후 가능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에 존 네그로폰테 미국 대사는 "이라크에 대한 제재는 가능한 한 빨리 해제돼야 한다"면서 미국은 이 문제에 관해 프랑스 등 다른 안보리 이사국들과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애리 플라이셔 백악관 대변인은 "미국 주도 동맹군이 이라크 무장해제 업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해가고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유엔 사찰단의 복귀가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