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랠리의 시작인가" 미국 기업의 실적호전이 촉발시킨 "미국발 훈풍"이 한국증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16일 종합주가지수는 16.35포인트(2.7%) 오른 621.34를 기록,단기 고점으로 점쳐졌던 620선을 넘어섰다. 특히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의 올1.4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면서 나타난 이른바 "윈텔효과"에 힘입어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전기전자업종의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코스닥시장에선 NHN 등 실적이 좋아진 인터넷주가 급등했고 북한 미국 중국 등이 참여하는 북핵 3자회담이 내주 열릴 것이란 소식이 가세하면서 "윈(소프트웨어).텔(반도체).넷(인터넷)"업종이 새 주도주로 급부상하고 있다. ◆랠리를 연장시키는 어닝 시즌 대우증권 황준현 선임연구원은 "지난주 기대반 우려반이었던 미국 기업들의 1·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상승장세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야후,14일 씨티그룹 BOA,15일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이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치를 내놓으면서 뉴욕증시는 실적랠리 양상을 보였다. 이는 국내 증시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물론 미국의 기업 실적 발표에 국내시장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증권 유승민 연구위원은 "인텔의 실적 호전은 그동안 두 번이나 낮췄던 전망치보다 좋게 나온 것"이라며 "세계 및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보기엔 아직 무리"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의 2·4분기 실적은 전분기보다 7% 상승하는데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1·4분기 예상치인 8%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매수세로 돌아선 외국인 미국 기업들의 실적호전은 국내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을 바꿔 놓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거래소시장에서 1천3백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대우증권 황 선임연구원은 "씨티그룹 등 금융주의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난 지난 15일 외국인은 국민은행 등 금융주를 대거 샀다"며 "인텔 등 기술주의 실적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16일엔 삼성전자 등 전기전자업종 주식을 6백47억원어치나 순매수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외국인이 현물시장에서 매수세로 돌아선 것이 미국 기업의 실적발표와 무관치 않다는 점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또 선물시장에서도 2천9백계약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선물매수→베이시스 호전→프로그램매수 유입의 선순환이 지속되며 상승세를 키워가고 있다. ◆실적 랠리 언제까지 갈까 KTB자산운용 장인환 대표는 "실적 기대감에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단기적으로 유동성장세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주가지수는 650선까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미 기업의 실적호전은 절대치가 좋아진 것이 아니다"라며 "조만간 일정 수준의 조정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삼성증권 유 연구위원은 "경기 등 펀더멘털과 관련 있는 중기대세선인 1백20일이동평균선(625)에 지수가 근접하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펀더멘털의 회복 신호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주가가 1백20일선 위에 안착하기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