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가까이 끌어온 현투증권의 해외매각이 푸르덴셜과의 MOU(양해각서) 체결로 가닥을 잡았다. 증권.투신업계의 최대 현안중 하나였던 현투증권 매각이 가시화됨에 따라 업계 재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방침대로 부실금융사 해외 매각이 성사된 점도 대내외 신인도 제고와 증권시장의 불안정성 해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본계약 체결까지는 공적자금 투입 절차와 현대증권의 부실분담문제, 현투증권의 추가손실보전 및 소액주주 반발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는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 논란 소지가 큰 계약내용 =정부와 푸르덴셜간의 양해각서를 뜯어보면 정부측에 불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헐값매각이라는 지적도 있다. 초기 공적자금 투입금액이 과거 AIG와의 협상때보다 두배가 넘는 2조원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먼저 현투증권의 부실을 없앤 다음 푸르덴셜로부터 5천억원의 매각대금을 받더라도 1조5천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특히 현투증권의 경영상황과 실적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데다 증시상황도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투의 경영정상화에 얼마가 추가로 들어갈지 장담하기 힘들다. 현투증권은 지난 2002회계연도 3.4분기까지(2002년 4∼12월) 1천9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번 양해각서가 구속력이 없는데다 최종 본계약 체결 전에 추가로 발생한 손실은 보전해 줘야 하는 사후손실보전(Indemnification) 조항도 있다. 정부입장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액을 줄이기 위해 현대증권 매각 등을 통해 최대한의 자금을 확보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대증권도 시장침체의 여파로 올들어 적자상태로 돌아섰다. 주가도 액면가 밑으로 떨어져 자산가치 등이 반영된 제값으로 주식을 팔기가 쉽지 않다. 소액주주의 반발도 고민거리다. 정부는 현투증권 대주주에 대해 완전감자키로 했지만 소액주주에 대해서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현투증권 소액주주 지분은 30.9%로 기관투자가를 제외한 개인들의 지분이 20%에 달한다. ◆ 증권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외환위기 이후 증권시장의 발목을 잡아 왔던 현대 금융3사 매각이 가시화됨에 따라 증권.투신업계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대우증권과 공적자금이 투입된 한국.대한투신증권 처리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투와 대투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공적자금 추가투입을 통해 정상화시킨 뒤 매각 등의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대우증권은 인수의사를 밝혔던 우리금융측이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요구대로 현금인수를 추진중이어서 협상결과가 주목된다. 다만 제일투자증권 처리 문제가 다소 불투명하다. 푸르덴셜은 현투증권과 제투증권을 인수, 합병할 계획이었지만 지분 인수가격 차이로 인해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푸르덴셜은 주당 5천원 미만을 제시한 반면 제투증권 대주주인 CJ는 9천원선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투증권 관계자는 "푸르덴셜은 지난 2001년 3월 우선주와 후순위전환사채를 1천1백억원에 인수했다"면서 "우선주는 배당가능이익이 있어야 상환할 수 있고 후순위사채는 만기일인 내년 6월에 영업용순자본비율이 1백% 이상인 경우에만 현금상환이 가능하도록 돼 있어 푸르덴셜이 발을 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