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의 신속한 이라크전쟁 승리는 세계경제와 증시에 호재다. 그러나 단기전이 오히려 악재가 될 수 있는 국가가 하나 있다. 바로 한국이다. 북한 핵문제가 미국 정가의 주요 관심 대상으로 부상,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와 증시는 이라크전이 단기에 종결되면 북한 핵위기가 증폭될 것이라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장기전 역시 한국경제에 불리하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가 타격을 받게 되고 그에 따라 한국경제도 악영향을 받게 된다. 결국 한국경제로서는 이라크전이 단기에 끝나도 걱정이고,장기화돼도 걱정이다. 지난주 한국증시는 이라크전이 조기 종결되면 유가 안정과 미국경제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세계증시와 동반 상승,종합주가지수가 13%나 올랐다. 그러나 한국증시의 종합주가지수는 아직 지난 1월의 연중 고점에 비해 18% 낮은 수준이다. 이는 한국과 산업구조가 유사한 대만의 가권지수 하락폭 13%와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의 하락률 7.2%보다 훨씬 크다. 따라서 한국증시는 지금 상당히 저평가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증시의 이같은 저평가는 경제요인보다는 북핵 위기 등의 지정학적 요인 때문이다. 북핵 위기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과 진단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 투자은행 분석가들과 주식거래인(트레이더)들은 올해 미국과 북한간의 관계가 더 악화되면서 북한의 휴전선 침범이나 추가 미사일발사 시험 등으로 한국증시가 불안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특히 미국이 속전속결로 이라크전에서 승리해 자신감을 갖게 될 경우 대화보다는 군사적 시위를 통해 북핵문제를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홍콩 소재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통화전략가 프랭크 공은 "한반도전쟁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며,모두가 평화적 해결을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의 국내 투자자들과 대부분의 해외 분석가들은 여전히 북핵 위기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올 여름 말이나 가을 초에는 북핵문제가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이라크전쟁이 1~2개월안에 끝나면 미국과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한 주변국들이 또 하나의 전쟁없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라크전이 끝난 뒤 미국이 북한에 핵개발 프로그램 중단 압력을 가할 경우 북한이 급속히 물러설 가능성도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앤디 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북한은 상상속의 괴물과 같다. 경제는 몰락하고 있으며 군인들은 굶주리고 무기는 노후화됐다. 북한이 어떠한 공격을 감행하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같은 최선의 시나리오가 들어 맞지 않을 때는 이미 성장감 속에 빠진 한국경제는 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이미 둔화되기 시작했고,경상수지도 적자로 돌아선 상태다. 작년 12월 산업생산의 경우 증가율이 전년 동기의 9.5%에서 3.6%로 크게 낮아졌다. 이달초 한국은행은 북핵 위기가 지속되고 이라크전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5%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리=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 ◇이 글은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의 27일자 분석기사 'Discord could rattle Seoul's market'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