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이라크전 대응조치를 이유로 이달말 예정됐던 경협제도와 해운 실무협의 회의를 연기한다고 공식 발표해 주목된다.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 박창련 북측 위원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과 중앙방송, 평양방송 등을 통해 "남조선 당국이 이라크전을 구실로 `데프콘 2'라는 위험천만한 초경계태세를 선포한 것은 화해와 협력, 평화를 바라는 온 겨레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책임은 전적으로 남측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이어 "오는 3월26일부터 평양에서 갖게 돼 있는 북남경제협력분과 제 2차회의와 해운협력 제 3차 접촉을 부득이 미루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01년 10월 아프가니스탄전쟁 당시 북한이 "(남측지역에) 전군비상경계령이 내려질 정도로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예정된 남북 당국간 공동행사를 중단시켰던 전례로 볼 때, 북측의 이번 조치는 4월 10차 장관급 회담과 5차 경제협력추진위원회 거부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될 경우 당분간 남북관계 경색이 예상돼, `평화번영정책' 기조아래 남북대화를 북핵문제 해결여건을 마련하는 통로로 활용하려는 새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한 북한 전문가는 "그렇지 않아도 북측은 현대의 대북송금사건과 관련, 특검법이 정식 공포된 것에 강력반발하면서 `명분'만 찾아왔다"면서 "이라크전으로 인한 한반도 긴장상황 조성이 북측으로선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라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우리 정부가 `데프콘 2' 조치를 내린 적이 없다고 여러차례 해명했는데도 불구하고, 북측이 경협제도와 해운실무협의 연기 이유로 이를 내세운 것은 당분간 남북관계를 경색시키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측은 그러나 올들어 부쩍 강조해온 `민족공조'를 의식한 탓인지, 새정부 들어첫 고위급 회담인 4월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서는 일체 언급을 삼갔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한해의 대남사업 방향을 정하는 지난 18일 `정부.정당.단체 합동회의'에서 민족공조와 6.15 남북공동선언을 더 없이 강조한 점으로 미뤄, 새정부와 교류협력사업의 방향타가 될 장관급 회담을 거부하거나 연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예상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이 지난 21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이라크 군사공격은 `엄중한 주권침해행위'라며 비난했지만, 이는 이라크전을 조선전쟁의 예비전으로 보는 시각에서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라며 "그러나 핵재처리시설 가동 또는 탄도 미사일 발사 등의 추가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kji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