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빈 토플러는 1993년 펴낸 '전쟁과 반전쟁'에서 "오늘날 지구상에선 비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새로운 군비경쟁이 시작되고 있는지 모른다"고 썼다. 종교적 지역적 대립이 격화되는 마당에 살상무기는 증오와 폭력을 부채질할 뿐임을 알게 된 결과라는 설명이었다. 토플러는 당시 비살상 무기 개발에 앞장선 재닛 모리스 부부의 주장을 근거로 비살상무기의 용례를 소개했다. 구토 설사 방향감각 상실 등을 일으키는 초저주파음파 발생장치로 시위군중을 해산시키고,눈을 잠시 멀게 만드는 레이저총으로 테러범이나 마약범을 일망타진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뿐만 아니라 비살상이론의 핵심은 전투력을 마비시키는 '시설사용 배제(denial service)'라며 테플론같은 윤활제를 철도선로 활주로 등에 뿌려 미끄럽게 하는 법,폴리머같은 접착제로 장비를 고정시키는 법, 스프레이로 교량 탑 공항시설에 화학물질을 칠해 부식시키는 법 등도 기술했다. 영화속 얘기같았던 이 방법들은 그러나 10년 뒤인 지금 대부분 실용화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음파빔이나 레이저총은 이미 쓰여지고 있고 이번 이라크전에선 엄청난 전파로 목표지점 반경 3백30? 안에 있는 모든 전자장비를 무력화시키는 'e폭탄',발전시설과 변전소를 마비시켜 대규모 정전을 초래하는 흑연폭탄 등이 사용된다는 소식이다. 비살상무기를 이용하면 군사 작전은 물론 폭동 진압과 인질 구출 때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환경파괴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은 걸프전 이후인 92년 9월 '무력화 수단을 위한 작전개념(Operations Concept for Disabling Measures)이라는 보고서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97년 1월 국방부 합동 비살상무기 프로그램을 작성했고,영국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도 비살상무기를 개발했다고 전해진다. 비살상무기의 위험에 대한 경고도 적지 않다. 1단계에선 단순 구토에 그치지만 2단계에선 죽게 만들 수 있는데다 테러리스트나 범죄자들의 손에 들어갈 경우 엄청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은 이라크전에 등장할 비살상무기가 어느 정도 효력을 나타낼 지 두고 볼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