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도의 이라크 공격으로 인해 인류문화적 가치가 높은 대규모 고대 유물들이 파손될 수 있다고 21일자 과학잡지 `사이언스'가 보도했다. 미국 시카고대학의 맥과이어 깁손 교수는 이 잡지 기고문에서 "인간의 고통과비교하면 물질 분야는 덜 중요한 것처럼 보이나 세계문화유산의 중요 부분이 심각한위협을 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사담 후세인 대통령 축출과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목표로 20일 시작한 이라크 공격으로 인해 인류 전체에 소중한 문화 유적지가 파괴될 위기를 맞고 있다는것이다. 깁손 교수는 "이라크의 유물은 엄청나다. 수천 곳의 유적지가 바로 눈앞의 경제적 이익과 정치적 격변으로 인해 상실된다면 전세계에 대한 비극일 것이다. 이라크는 최초의 문명이 발달했던 기원전 4세기 시절 메소포타미아 지역이다. 수메리아와아카디아, 바빌로니아 등의 사람들이 여기서 제국을 건설했다"고 역설했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이스어로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으로 이라크 일대에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 흐른 데 따른 지형적 특징으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깁손 교수는 유적지 보호를 위해 개전 이전에 미국 국방부 관리들에게 이라크의중요 유적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보호 노력을 요청했다. 그는 "미군들이 이미 유적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이라크 남부 언덕의 99%가 고대 유적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유물을 건드리지못하도록 명령이 내려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전쟁이 장기화되고 군이 참호를 파야할 경우 새로운 위험 상황이발생할 것이다. 군인들은 대부분 고대 유적지를 형성하고 있을 것이 확실한 고지대를 확보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12세기에 건립된 왕궁으로 국방부 건물 뒤편에 위치한 압바시드 궁전이 91년 걸프전 당시 손상된 사례를 상기시키면서 "`족집게 폭격'은 가능한 많은 유적지를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며 무차별 폭격 반대를 역설했다. 한편 깁손 교수는 "유적지들에 대한 실질적인 손상은 최근 13년 간 유엔의 제재조치로 생겼다. 이라크 당국의 고고학 연구가 재개될 수 있도록 지원이 있어야 한다.상당수 학자들이 과거 10년 간 생계난 때문에 해외로 탈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라크의 고대 유적지 숫자는 정확하게 헤아릴 수 없으나 어림잡아2만5천여 개의 흙무덤이 있고, 이들은 소규모 마을과 읍 지역으로 둘러싸여 있다"며국제적 차원의 조사 및 보호 노력을 촉구했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대일 특파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