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주도하는 제2차 걸프전은 지난 1991년 제1차 걸프전 때와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1차 걸프전 이후 11년간 군 장비의 개선과 이라크전을 가상한 각종 훈련에 주력해왔다. 반면 이라크는 지난번 전쟁에서 전력의 상당부분이 무력화된 데다유엔의 제재로 군사력 보강이 사실상 봉쇄됐다. 따라서 단순히 양국의 전력(戰力)을 놓고 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그러나 개전시기와 지형ㆍ온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볼 때 의외로 지구전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 첨단ㆍ현대식 장비로 `막강화력' = 미국은 이라크전에 대비, 최근까지 걸프 연안에 25만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또 미 특수전 부대는 이미 이라크 영토내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주로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군사정보 수집과 통신망건설, 진지구축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국은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아라비아해에 정박시킨 것을 비롯해 걸프만에 컨스텔레이션호, 동지중해에 트루먼호를 각각 배치했다. 또 시어도어 루스벨트호가 푸에토리코를 출발, 지중해로 향하고 있으며, 일본 요코스카(橫須賀)항에 정박중인 키티호크호도 곧 출항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가공할 무기는 최첨단 무기. 군사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미국이 1차 걸프전 당시보다 화력과 정밀도에서 훨씬 우세한 장비를 총동원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극초단파를 발사해 컴퓨터 시스템과 생.화학무기 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전자폭탄(E-Bomb)과 `BLU'로 불리며 탄소섬유 필라멘트를 발사, 송전시설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정전폭탄(Blackout Bomb)이다. 1차 걸프전 당시 인공위성에 의해 목표지점에 정밀 유도되는 `개량형 스마트폭탄(JDAM.합동직격탄)'을 선보였던 미 공군과 해군은 어떤 기상여건에서도 발사가 가능하도록 성능을 대폭 개선했다. 프리데터(Predator)를 필두로 글로벌-호크(Global-Hawk), 섀도(The Shadow), 팩보츠(Packbots), 드래건-아이(Dragon-Eye), 하늘의 눈(Eye In The Sky) 등 무인정찰기도 이번 전쟁에서 상당한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 이라크 전력, 지난 91년보다 `취약' = 이라크는 1차 걸프전을 수행했을 때보다 전력이 두드러지게 약화됐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영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보고서에 따르면 제1차 걸프전 당시 95만5천여명 수준에 육박하던 이라크 정규군 규모는 현재 37만5천여명으로 감소했다. 또 3천대에 가까웠던 탱크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던 포병과 방공망도 그동안 절반 넘게 파괴됐다. 그나마 어렵게 건진 장비들도 부품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군력의 경우 옛 소련제 낡은 전투기 316대 중에서 100여대 이상이 부품결함으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도 남부 및 북부에 설정된 `비행금지구역(No-FlyZone)'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들의 훈련 정도는 매우 열악하다 해군 역시 과거 구축함 38척 대부분이 폐기되고, 초계정 6정 정도만 보유하고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번 전쟁에서 후세인 축출을 위해 바그다드 함락을 감행할 것을 감안하면, 이라크가 미국에 `의외의' 피해를 입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우선 요원의 자질과 충성도 및 장비수준이 A급인 친위부대 공화국 수비대의 경우 8만여명의 정예병력으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개전(開戰)시 강력한 저항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시가전에서 진가를 발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은 바로 방사능 및 생.화학무기와 이를 적재.운반할 수 있는 스커드 미사일이다. 궁지에 몰린 이라크가 사린가스와 보툴리누스균, 탄저균 등 살상력이 엄청난 생.화학물질을 사용할 경우 전쟁양상이 다른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생.화학무기를 적재할 스커드 미사일 보유 규모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으며, 발사대의 경우 6∼7대, 미사일은 20∼30기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