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가 이라크전 위협 장기화 등에 타격받아 소비자신뢰가 크게 떨어지고 산업생산이 둔화되는 반면 경상적자는 대폭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어둠이 짙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코프(BOAC) 책임자 등은 `경제가 정체됐다"고 우려했으며 실물경제학자들은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부양을 위해 그간의 기조를 바꿔 금리를 조기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지난 41년 사이 가장 낮은 1.25%인 연방기금금리가 오는 5월까지 최고 0.5%포인트 내려갈지 모른다고 전망했다. 미국 미시간대학의 권위있는 소비자체감지수는 3월에 75.0포인트로 지난달말의79.9포인트에서 크게 떨어진 것으로 14일 발표됐다. 3월의 지수는 지난 92년 10월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하위 지수들인 `현재지수'와 `기대지수' 역시 3월중 전달에 비해 모두 크게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소비자신뢰가 조만간 회복되기 힘들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뱅크원의 다나 존슨 연구원은 "소비자들이 이라크전과 고유가, 증시 약세를 (더이상) 우려하기 보다는 경제(자체)가 실질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점을 더 크게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산업생산도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FRB는 지난 2월의 산업생산이 전달에 비해0.1%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밝혔다. 이는 1월중 0.8% 신장이 이뤄진데 비하면 크게 위축된 것이다. 경기에 특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동차와 부품 쪽은 하락폭이 2.4%에 달했다. 이 부문은 지난 1월4.5% 증가했다. 반면 유틸리티와 광업 부문은 상대적인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전미제조업연맹(MA)의 대니얼 멕스트로스 수석연구원은 "산업 부문이 지난해 4.4분기에 비해서는 회복되고 있음이 분명하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그 속도가 너무늦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산자물가의 경우 2월에 1.0% 상승했으나 진폭이 심한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핵심' 물가는 0.5% 하락한 것으로 14일 발표됐다. 나로프 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의 조엘 나로프 최고경영자는 "기업들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없음이 확인된 것"이라면서 "생산 원가는 상승하고 있으나 경기 부진으로 인해 수요가 여전히 위축돼있기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이중고에 기업들이 허덕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상적자마저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무역과 자본 부문 수지에 대외원조까지 합쳐 돈이 들어오고 나간 것을 계산하는 경상수지 적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5천억달러 선을 돌파해 5천34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14일 발표됐다. 이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5%에 달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해 4.4분기의 적자가 커 1천369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1년의 적자는 모두 합쳐 3천934억달러였다. BMO 파이낸셜 그룹의 살 과티에리 수석연구원은 "미국이 스스로를 구멍 속에 묻고 있는 형국"이라면서 "미국인의 저축률이 낮기 때문에 향후 적자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는 경상적자 확대가 "미국의 고질병"이라면서 "외국 투자가들이 막대한 양의 미국채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그걸 상환하는 일도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향후 미 달러가치가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달러의 대유로 가치는 이번주 반전되기는 했으나 올들어서 이미 4% 가량 떨어진 상태다. BOAC의 케네스 루이스 최고경영자는 14일 경제금융정보 전문 서비스인 블룸버그에 "미 경제가 정체됐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이라크전이 터져 장기화될 경우 침체로 빠져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가 미국의 실물경제학자 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올해 미 경제가 2.6%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앞서 조사에 비해 낮아진 것이다. 또 리먼 브라더스, JP 모건, 메릴 린치 및 HSBC 관계자들은 FRB가 금리를 내릴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리만 브라더스측은 5월까지 금리가 0.5%포인트내려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워싱턴 블룸버그 AFP=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