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가능성, 북핵문제, SK글로벌의 분식 회계 등 각종 악재로 금융시장이 요동을 치고 경제의 불투명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시장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부동산 투자심리의 버팀목이 되어준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는데 따라 시중 자금이 계속 부동산 시장을 기웃거리고는 있지만 투자심리에 불안감이 확산되는 조짐이나타나는 등 시장은 `예측불허'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상복합 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이 수십대 1에 달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투자심리가 양호한 양상을 보였지만 시장전망이 불투명해 지면서 의사결정을늦추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다. ◆불안감 확산 = 회사원 A씨는 얼마전 중개업소에서 마포구에 지어질 예정인 재개발 아파트 분양권의 매수를 권유받고 긍정적으로 검토하다가 최근 연일 터지는 경제 악재속에서 일단은 투자를 유보하는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경제의 불투명성이 확대된 때문이다. A씨와 같이 불안심리로 투자를 유보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엿볼수 있다. 올들어 분양된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수십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뒤에 형편없는 초기 계약률을 보이는 것이나 아파트 거래가 극히 부진해진 것도 이런 심리가 반영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분양권 전매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주상복합 상품에는 단기 전매차익을 노리는 가수요가 많아 청약 경쟁률과 계약률이 예전에도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달 21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했던 서초동 데시앙루브나 35대 1이었던 가락동 성원상떼빌의 경우 현재 프리미엄이 고작 수십만원선에서 거래되거나심지어는 아예 붙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분양권닷컴측은 전했다. 분양권닷컴 관계자는 "분양가가 높아진 가운데 올들어 경제의 불안심리도 커져프리미엄이 잘 형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심리 `양극화'속 시계제로 = 그러나 전체적인 투자심리는 `매도 우위', `매수 우위' 등 특정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지역의 중개업소인 명품부동산서비스의 어득해 사장은 "최근 경제상황과 관련된 부동산 투자 심리가 부유층간에도 크게 엇갈린다"면서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외환위기 때의 경험에 비춰 급매물을 살 생각을 갖고 있는 반면 절반 가량은현금을 보유하려는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북핵 등 주요 변수의 해결 시기에 따라 투자심리가 크게 달라질 수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원은 "특정 대기업의 부실이 외환위기 때처럼 경제 시스템 전체를 망가뜨리거나 연쇄적인 부실을 유발하는 사태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핵이 장기간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줘 시장을 침체에 빠뜨릴 수도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다만,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국내도 저금리 기조가 이어져 부동산이 폭락 사태까지는 발생하지 않고 보합세를 나타낼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물론 여기에는 이라크 등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된다는 전제가 깔려 있으며 올해전국의 아파트값이 평균 1%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최근 내놓은 건설산업연구원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기자 evan@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