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외환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돼온 일이지만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를 놓고 미국과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간의 통화마찰이 표면화되고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은 자국이 당면한 현안뿐 아니라 세계적인 디플레 우려를 낳은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너무 낮게 운영하고 있는 점을 꼽고 있다. 사실 실질실효환율로 위안화 가치의 적정수준을 추정해 보면 6.8∼7.0위안으로 낮게 나온다. 결국 중국이 경제여건에 맞게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해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금융회사의 부실채권과 대규모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성장 추세를 계속 이어가야 할 중국으로서는 오히려 위안화 평가절하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태다. 그렇다면 앞으로 위안화 가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문제는 중국의 주장대로 실제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될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그 답을 구할 수 있다. 일단 시장여건을 보자.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2천8백억달러가 넘는다.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는 제2선 자금(back-up facility)인 홍콩의 외환보유고까지 감안하면 3천9백억달러에 달해 일본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런 외환사정이라면 고정환율제 포기 이후 위안화 가치는 평가절상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979년 이후 수출지향정책을 통해 고도성장해온 중국은 이제 1인당 국민소득이 8백달러에 달해 어느 정도 유효구매력을 갖추고 있다. 반면 지난해 일본을 앞서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점을 감안하면 수출에 따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이런 점을 간파한 중국은 99년 하반기부터 내수시장을 겨냥한 경제대국형 성장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성장전략 수정과정에서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재 중국의 내부적인 재원 동원능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 외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중국이 국제금융시장에서 외자를 조달하기 위해서는 위안화 절상을 통해 자금공여국에 환차익을 제공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위안화 가치가 절하되면 미국을 중심으로 인접국과의 통상마찰도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의 최대 적자국이 된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통해 수출을 늘릴 경우 미국으로서는 수용하기 어렵다. 기업들의 중국 진출로 제조업과 자본의 양대 공동화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은 더욱 어려운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높다. 또 위안화가 절하될 경우 한국 등 인접국 통화들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자국통화를 평가절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닥칠 경우 중국으로서도 위안화 절하에 따라 바라는 경쟁력 개선효과도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과의 경제통합을 위해서도 위안화가 절하되면 곤란해진다. 현재 홍콩은 '1달러=7.8홍콩달러'를 중심으로 한 통화위원회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태에서 위안화가 절하되면 경제통합의 관건인 위안화·홍콩달러화간의 중심환율을 맞추기 어려워지게 된다. 결국 중국이 앞으로 고정환율제를 포기할 경우 위안화 가치는 경제여건에 맞게 평가절상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어떤가. 지정학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는 제1·2·3위 교역국의 샌드위치 국면에 놓여 있다. 오히려 일본과 비슷한 처지다. 따라서 이때 우리는 중간자 혹은 균형자(balancer) 역할을 잘 활용해 그동안 논의해온 동북아지역에서의 각종 협력을 원만히 매듭지어야 우리 경제의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동북아지역 내 경제중심국가 건설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은 노무현 정부에 기대가 큰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