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빙햄튼 하이스쿨에서는 매주 한 시간씩 '특별한 교실'이 열린다. 이 강좌의 이름은 '내 돈 관리 비법교실(My Money Skills Class)'. 온라인 금융교육 사이트인 '프랙티컬 머니스킬스닷컴(www.practicalmoneyskills.com)'을 활용한 금융 교육현장이다. 미국에서 대표적인 금융교육 프로그램으로 손꼽히는 이 사이트는 학생 학부모 교사 소비자로 대상을 나누어 예산 저축 부채관리 신용관리 알뜰소비 등에 관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무려 1천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자료. 하지만 '고색창연'한 설명식 교과서가 아니다. 가히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오락적 요소가 가미된 교육이라는 뜻의 신조어)의 절정이라 할 만큼 쉽고 재미있다. 예컨대 경제행위중 중요한 개념인 '선택과 결정'을 가르치는 과정은 인기 시뮬레이션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를 닮았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는 20세 여대생, 잘나가는 40대 여피 부부 등 '주인공'을 골라 여러가지 소비행태를 선택하며 경제를 배운다. 이밖에도 어린이를 위한 퍼즐게임, 금융퀴즈 대행진을 비롯한 재미있는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한번 접속하면 나오기가 싫을 정도. "내용이 알찬데다 재미있습니다. 컴퓨터에 친숙한 아이들이 좋아하는데다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해 교육 효과가 매우 높지요."(데이브 브래들리 교사) "재미있어요. 수업시간이 기다려져요. 인터넷으로 배우니까 받아 적을 필요도 없고 관련자료를 찾아보기도 좋지요. 집에서도 컴퓨터만 켜면 바로 복습을 할 수 있으니 아주 편해요."(빌 홉킨스 학생) 이 막강한 사이트의 '배후'는 '비자 USA'다. 수 년간의 준비끝에 지난 91년 사이트를 열었다. 점프스타트, 빅초크, 라이트스팬 등 대다수 청소년 교육기관과 손잡고 중.고등학교나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배급해 왔다. 원하는 학교에는 CD나 텍스트형 교재도 무료로 나눠 준다. '교사교육'을 위한 전문가 파견 서비스도 한다. 컴퓨터 시설이 없는 학교에는 컴퓨터실도 설치해 준다. '물'을 대줄 뿐만 아니라 '물길'까지 터주는 셈. 비자는 이러한 사이트 운영에 연간 수백만달러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미국 전역에서 10만개 이상의 학교에서 이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는 금융교실이 운영되고 있다. 그동안 학생 3천7백만명, 교사 2백50만명이 이 과정을 마쳤다. 비자뿐만이 아니다. 금융기관을 비롯해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금융.경제.직업교육을 직.간접적으로 행하고 있다. 미국 은행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말 기준으로 미국 은행중 87%가 청소년 대상의 금융교육을 직접 실시하거나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웹사이트 구축은 기본. 각급 학교를 방문해 금융교육을 하거나 예금유치활동을 벌이는 '스쿨뱅킹프로그램'과 금융교육용 기자재 개발.보급이 주된 활동이다. 물론 '미래의 건전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 투자다. 금융교육만이 아니다. 메릴린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3백만달러 이상을 들여 '청년투자'라는 프로젝트를 운영중이다. 캘리포니아 경제 교육위원회 등 24개 지역 커뮤니티 기구를 지원하는 것. 젊은이들에게 경제기초 투자법 마케팅 창업기술 자금관리 가정관리 신용 자산축적 등을 교육한다. 노키아는 지난 2000년 4월부터 각국에서 '메이크 어 커넥션'(Make a Connection)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원액은 연간 1천만달러. 국제청소년재단과 손잡고 나라별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물론 경제교육이나 직업훈련도 주요한 테마다. 노키아 직원들이 자원봉사자로도 참여한다. 필리핀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직업전선에서 필요한 리더십이나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리더십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P&G도 '커뮤니티 개발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 교육에 나서고 있다. 휴즈항공은 고등학교들과 손잡고 방학동안에 학생들을 데려다 인턴훈련을 시킨다. DECA나 JA같은 청소년 경제교육 기관들도 유수 기업의 '지원'으로 교육활동을 펼친다. DECA의 경우 코카콜라, 힐튼호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유수한 65개 기업을 파트너로 삼고 있다. 기업들은 장학금을 제공하거나 컨퍼런스에 마케팅 담당자를 파견하는 등 여러가지 지원활동을 벌인다. 코카콜라의 경우 연간 25만달러의 장학금을 제공한다. KFC 등은 DECA 학생들을 아르바이트생으로 우선적으로 고용해 준다. '왜?'에 대한 DECA의 에드 데이비스 이사장의 답이다.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제감각과 머니센스를 갖춘 양질의 노동력을 키우기 위한 장기투자이지요. 건전한 소비자와 프로페셔널한 일꾼을 길러낼 수 있으니 기업에도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 게임인 셈입니다." 샌프란시스코=김혜수.뉴욕=최철규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