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 당선자가 고 건(高 建)전 총리를 새 정부 초대 총리로 내정함에 따라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회는 당선자의 요청으로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과 대통령직인수법이 통과되는 대로 여야 의원들로 총리인사청문특위를 구성,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완료할 방침이다. 이들 법안이 22일께 통과될 경우 고 전 총리에 대한 청문회가 내달 10일께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내에선 고 전 총리가 30여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통해 이미 국정운영 능력이 검증됐으며, 시민단체인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으로 활동할 정도로 청렴한 인사라는 점에서 무난히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고 전 총리 주변의 병역 의혹 및 지난 80년 5.17 당시 행적에 대한 의혹 등이 일부 언론에 제기되고 있는 것과 관련, 총리 후보로 공식 지명되면 본격적인 조사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더욱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국민속으로'가 21일 고 전 총리가 역대정권에 걸쳐 요직을 지낸 점을 들어 반대 성명을 내고, 일부 의원들 사이에 "병역문제로 잘통과 되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 무난한 통과를 속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고 전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측의 검증은 우선 지난 98년 서울시장 선거과정에서 한나라당이 제기했던 `7대 불가사의'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한나라당은 ▲고 전 총리와 차남의 군복무 면제 의혹과 함께 ▲79년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이 서거했는데도 3일간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 점 ▲80년 5.17비상계엄확대 조치 당시 정무수석으로 1주일간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은 점 등을 거론했다. 또 ▲87년 6.10 민주화운동 당시 연세대생 이한열군이 최루탄에 맞아 사망했을때 내무장관이었다는 점 ▲90년 수서사건과 관련, 서울시장 재직시 서명을 했음에도책임을 회피했다는 의혹 ▲97년 환란 당시 국무총리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 전 총리측은 병역문제와 관련, "당시 징집대상자 35만명중 18만명에게만 영장이 발부됐다는 사실이 병무청장 보고에서 이미 밝혀졌다"며 "그때문에 영장이 발부되지 않은 상태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미필적 고의'에 의한 병역기피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고 전 총리의 차남은 자신이 지난 84년 7월 징병검사에서 1급판정을 받았으나 87년 5월 재검사에서 면제등급인 5급판정을 받은 것에 대해 98년 언론 인터뷰에서 "86년 1월부터 1년간 많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었으며, 항간에 떠돌 듯 공직자인 아버님이 압력을 행사해 면제된 것은 아니다"고 항변했다. 5.17 행적에 대해 고 전 총리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비상계엄 확대를 위한 국무회의에 배석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는 곧 군정(軍政)을 의미한다'고 판단, 회의 참석을 거부하고 사표를 낸 뒤 집에서 칩거했다"며 "최근 정부기록보존실에서 사표수리한 것을 찾아냈다"고 밝혀 `동조' 의심을 일축했다. 87년 6월 민주화운동 당시 내무장관이던 자신이 군 출동과 위수령 발동을 건의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오히려 부산에서 위수령 발동을 문의해왔지만 내무장관으로서 군이 나오는 불행한 사태를 막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수서사건과 관련해선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시절 정태수(鄭泰守)씨의 한보그룹에 수서아파트 건축허가를 내주라는 외압을 거부하다 오히려 경질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역대정권에 걸쳐 고위공직을 누린 데 대해선 "나라가 필요할 때봉사했다"고 역설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민철기자 minch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