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2월 초순이면 일본 삿포로는 세계 각지에서 찾아 온 관광객 맞이로 분주해 진다. 모두가 순백의 왕국으로 변한 이 도시에서 열리는 삿포로 눈 축제를 즐기려는 이들.브라질의 삼바축제,프랑스 니스의 카니발,독일 뮌헨의 맥주 페스티벌 등과 함께 이미 세계 주요 축제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 정도 규모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도 새하얀 설경 속에 젖어볼 수 있는 축제가 있다. 백두대간의 설경과 만나는 태백산 눈 축제가 그것이다. 태백산 눈 축제는 산 위에 온통 소금을 쏟아 놓은 듯 하얀 눈으로 뒤덮인 장관 아래에서 펼쳐진다. 태백산 도립공원 입구 놀이마당을 주 행사장으로 삼아 눈 조각 경연대회,가족 눈사람 만들기,눈 터널 통과 등의 프로그램이 이어지는 것.수북하게 쌓인 눈을 만끽하며 자연의 신비로움에 빠져 들어간다. 올해는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9일간 계속된다. 무엇보다 태백산 눈 축제의 으뜸은 설산 오르기.태백산 들머리에서 산신에게 제사를 지낸 산악회원들과 일반인들은 본격적인 비경 속으로의 산책을 시작한다. 길이 미끄러워서라기 보다는 한 송이의 눈꽃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떼어 놓는 사람들.때맞춰 등산대회도 함께 열려 전국에서 찾아 든 산악인들의 겨울 산행을 독려하고 있다. 빼곡한 침엽수립 사이의 길을 따라가면 흰 눈이 살짝 덮여 있어 자연스레 눈 터널이 된다. 이 길을 따라 정상 부근에 가까워지면 주목 군락이 눈 아래로 마치 평원처럼 펼쳐지는 곳에 이른다. 하얗게 만개한 눈꽃의 바다는 이 곳 태백산이 아니고서는 좀체 볼 수 없는 장관으로 겨울 산행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국립공원 입구의 다양한 이벤트들이 태백을 찾은 여행자들의 추억을 풍성히 채운다. 눈을 쌓아 만든 미끄럼틀을 타고 미리 나뭇가지를 엮어 놓았다 자연스레 눈으로 덮여버린 눈꽃 터널을 지나기도.서너 마리의 시베리안 허스키가 이끄는 개 썰매 타기는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즐길 거리로 손꼽힌다. 행사장 한 쪽에서는 눈 밭 위에서 바비큐를 즐기는 가족들로 장터가 열린 듯 왁자지껄하다. 뿐만 아니라 태백산 눈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눈 조각 경연 및 전시도 이어진다. 가족상,여인의 누드 등 인물상에서부터,만화나 동화의 주인공,추상 조각까지 주제도 제각각.전국에서는 물론이고 캐나다와 핀란드 등 세계 곳곳에서 찾아 온 전문 눈조각가들이 기량을 뽐내게 된다. 3미터는 족히 넘는 조각상을 제작하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작업하는 진귀한 풍경을 함께 할 수 있다. 꽃을 그대로 얼려 만든 얼음조각 작품도 함께 전시되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태백산 눈 축제를 유명하게 만든 일등공신 중의 하나가"오궁썰매"라 불리는 썰매타기.이 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명물이기도 하다. 두툼한 천을 가로멜빵과 세로멜빵으로 몸에 그대로 착용하는 식의 썰매.그래서 따로 썰매를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그저 눈 위에 미끄러지기만 하면 되는,전통 썰매를 응용한 방식이다. 하지만 엉덩이에 썰매를 달고 다니는 모습이 꼭 오리 궁둥이를 닮았다고 해서 "오궁"이란 별명이 붙게 된 것이다. 태백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은 산을 오를 때 비닐 포대 하나씩을 미리 챙겨 떠난다. 이유는 이 비닐을 썰매 삼아 하산할 때 눈길을 미끄러져 내려오기 위한 것.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엉덩이가 시린 줄도 모르고 마냥 즐거워하는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태백산을 오르는 등산로는 그 자체로 훌륭한 썰매 슬로프가 되어주는 셈이다. 여행문의 = 여행스케치 (02-701-2507~8)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