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신권에 자금이 밀려드는 가운데 투신권이 기관투자자로서의 기능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단기상품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어 투신권이 정작 주식투자 등에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여력은 줄고 있다. 17일 투자신탁협회에 따르면 투신권 수탁고 규모는 지난해말 171조1천억원으로2001년말 154조5천억원에 비해 10.8% 증가한데 이어 올들어 보름만에 10조원이 늘었으며 연말에는 218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넘치는 자금유입에도 불구하고 투신권은 자금운용에 애를 먹고 있다. 지난해 수탁자금 유형별 비중은 MMF(머니마켓펀드)와 단기채권형이 각각 29%와21%로 절반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채권혼합형 19%, 장기 채권형 14%, 주식혼합형 8%,주식형 5% 등으로 유입자금의 단기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MMF는 2001년말 35조4천억원에서 49조5천억원으로 14조1천억원가량 증가했으며단기 채권형도 25조5천억원에서 36조원으로 10조5천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장기 채권형(38조5천억원→24조원)은 크게 줄었고 주식형(6조6천억원→9조3천억원)과 혼합형(41조5천억원→45조2천억원)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투신협회 김철배 기획법규팀장은 "수탁고가 MMF와 단기 채권형 위주라서 일시에자금의 급격한 이동이 일 수 있다"며 "주식형 비중도 5%에 불과해 투신권이 주식시장에서 기관투자자로서 기능을 수행하기가 사실상 어렵다"고 말했다. 한투증권 신동준 연구위원은 "주식형 펀드도 환매 요구로 수시로 빠져나가 투신사들의 중장기 운용 자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자금 및 투자패턴 단기화의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들이 투신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