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할 곳이 없어요." 경기 A고등학교 1학년인 김수찬군(16)은 요즘 봉사활동 할 곳을 찾느라 고민이다. 겨울방학을 시작한 지 몇 주가 훌쩍 지났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해서다. 일하기 만만한 곳엔 자리가 없고 '제대로' 봉사할 만한 곳에 가기엔 시간이 부족하다. "친구들 가운데는 벌써 봉사활동을 마친 애들이 많아요. 대부분 엄마나 아빠가 소개시켜 준 곳이죠. 몇 명은 1∼2시간만 일하고도 '도장'을 받았다고 자랑이에요. 솔직히 학원 가기도 바쁜데…." 수찬이가 굳이 봉사활동을 하려는 것은 학교 내신성적을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 봉사활동 실적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는 대학들이 늘어나면서 봉사활동은 학생들의 중요한 '방학 숙제'가 됐다. 인성교육을 위해 지난 96년부터 각급 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학생 봉사활동이 입시를 위한 '점수 따기 과정'으로 변질됐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회복지시설보다는 동사무소 같은 편한 장소에만 학생들이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극장 청소는 영화를 거저 볼 수 있다 해서 인기 봉사활동이다. 청소년들의 사회봉사 의식이 낮은 것은 한국 기성세대의 봉사의식 수준과 무관치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익기금 조성단체인 '아름다운 재단'이 지난해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1천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기적으로 기부한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18.2%에 불과했다. 국민 1인당 평균 연간 기부액도 5만원에 그쳤다. 전국민의 90%가 기부 및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1인당 평균 1천달러(약 1백20만원)를 기부하는 미국과는 비교조차 하기 어렵다. 그래도 젊은 부모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의식의 변화가 일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아름다운재단의 박선미 국제협력팀장은 "자녀 이름으로 기부통장을 만든 뒤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용돈을 모아 통장에 입금하도록 유도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에 돌잔치 때 들어온 돈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