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발생한 두산중공업 노조원 분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노조의 불법파업에 맞서 사측이 제기하는 손해배상소송이나 가압류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주노총은 12일 자료를 통해 "최근 몇년간 유행병처럼 번져온 '구속 해고로 안되면 돈으로 노조를 깨라'는 손배소.가압류가 결국 참담한 비극을 부르고 말았다"며"가난한 노동자에게 천문학적인 손배소.가압류로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의 재갈을물리는 일은 참으로 비인간적"이라고 주장했다. 노동계로부터 '신종 노동탄압'으로 통하는 손배소.가압류 규모는 지난해 6월말현재 모두 39개 사업장에서 1천26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민주노총은 집계했다. 노동부 통계에서도 지난 2000년이후 지난해 10월까지 파업 등 노조활동과 관련해 청구된 손해배상 액수는 58개 업체 535억여원, 가압류 액수는 44개 업체 1천76억여원 등 모두 1천612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철도청이 노조측의 민주노총으로의 상급단체 변경 움직임에맞춰 9개월전 파업과 관련해 노조원 92명에게 78억원의 가압류를 뒤늦게 신청했다. 특히 그동안 손배소.가압류 청구대상이 조합비와 노조원 임금 등으로 한정됐었으나 모기업의 경우 노조위원장의 신원보증인인 부친과 숙부.조모의 집과 선산까지가압류하는 등 노조원 가족.보증인의 재산까지 청구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손배소나 가압류가 최근 2-3년간 급증한 것은 사측이 노조측의 불법파업행위에 대해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노조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노조측이 불법 파업을 벌이더라도 막바지 노사 협상에서 파업을 푸는 조건으로 노조측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항을 사측이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였으나 최근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논리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사용자들은 한결같이 "불법파업으로 인해 엄청난 손실이 되돌아오기 때문에 불법행위가 되풀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구책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재정이 넉넉하지 않은 노조 및 노조원들의 약점을 이용해노조활동을 무력화하려는 신종 노조탄압 수법"이라고 맞서고 있다. 민주노총은 "현행 노동관계법에는 자신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중대한 문제라도회사 경영에 관련된 것이면 정당한 목적의 쟁의로 인정받지 못하고 절차에서도 필수공익사업장은 사실상 합법쟁의를 할 수 없게 돼 있다"며 "이 경우엔 불법행위가 돼업무방해죄를 적용해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당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가압류가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면 노조원이나 가족이 즉각 재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점을 악용해 사용자들이 정식 손배소송을 늦추면서 노조를탄압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관련, 국제노동기구는 "국내 노동관계법이나 형법을 고쳐 헌법정신에 맞게노동3권을 보장할 것"을 여러차례 권고했으며, 민변 등 법조계 일각에서도 "폭력이나 파괴행위가 없는 단순한 파업에 대해서는 손배나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성한기자 ofcours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