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클라이밍] 바위에서 자유 찾는 진짜 '스파이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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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을 바위꾼이라고 한다.
바위꾼은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자연암벽이 아니면 바위를 할 수 없었다.
국내에 처음 인공암벽이 소개된 것이 지난 87년.
97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공암벽등반은 2년 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실외 암장을 설치하면서 급성장했다.
자연암벽에 대비되는 인공암벽이라는 용어도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새롭게 불리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9년 서울 북한산 무당골 한켠의 커다란 바위 밑에는 주말마다 텐트를 치고 야영까지 하면서 바위 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이 등산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바위에서 계속 미끌어지면서도 다시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겜블러"란 이름이 붙은 고난이도 등반코스를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매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어느새 등산객들에겐 유명 인물이 됐다.
"혹시나 이번 주에는 성공하지 않았을까"하는 호기심은 사람들을 주위로 몰려들게 했다.
그렇게 겜블러 코스에 매달리기를 3개월.
마침내 그는 겜블러 코스를 재등하는(코스가 처음 개척된 후 다시 같은 코스를 오르는 것) 데 성공했다.
13년 전 북한산에서 끈질긴 집념의 승리를 보여줬던 이는 현재 국내 최고의 록 클라이머(암벽등반가)로 인정받고 있는 손정준(37) 씨다.
그는 록 클라이머로서 국내 최고 기록 세 개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난이도 5.14b급 코스를 등반했으며 설악산 적벽 자유등반(인공보조물 없이 오로지 손과 발로만 오르는 것,최소의 안전장비는 추락시를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5.14급은 바둑으로 치면 프로9단쯤 되는 것으로 거의 바위의 천장에 매달려 손가락 반 마디 정도만 이용해 움직여야 하는 최고의 난이도다.
적벽 자유등반은 텔레비전으로 방송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5.13a급 난이도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등반하는 프리솔로에도 성공했다.
안전장비가 없기 때문에 떨어질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 상황까지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암벽등반이 인공암벽장 시설의 증가와 함께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산에 가지 않더라도 손쉽게 암벽등반을 경험해볼 수 있는 인공암벽등반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기면서 건강한 신체를 가꿀 수 있다는 게 인공암벽등반의 가장 큰 장점.
현재 국내에서는 4만~5만 명 이상이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공암장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자연암벽등반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운동을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들과 자연암벽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생각하는 사람들,마지막으로 자연암벽을 하다가 등반기술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이다.
손정준씨는 "사람마다 인공암벽장을 찾는 목적이 다른 만큼 훈련방법이나 강도도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며 "기초 체력과 스트레칭이 중요한 운동이며,특히 손가락 관절의 단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암벽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등반시 발을 디디는 풋 홀드에 두 발을 지탱한 채 오래 버티는 운동부터 한다.
초보자는 5분도 채 버티기 힘들어 떨어지기 십상이다.
오래 버티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좌우로 이동하는 트래버스 운동을 많이 하게 된다.
격심한 근육운동을 계속하다보면 혈액이 더 이상 산소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경련이 일어나는 펌핑(Pumping)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근력과 근지구력 운동은 필수적이다.
기본 운동을 한 달 정도 하면 "문제풀이"가 시작된다.
지도해주는 사람이 발을 디디거나 잡아야 할 홀드를 지정해주면 그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문제풀이.
목표를 정하고 통과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문제풀이 과정을 통해 한 등급 난이도를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며,한 문제를 풀어 실력이 향상됐더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재도전에 실패하기 일쑤다.
문제풀이 시간은 실력 차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되기 마련이다.
초보자들의 문제풀이 시간은 보통 저녁 8~9시.
중급자들은 9~10시,고수들은 10시 이후에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문제풀이로 즐기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광경을 인공암장에서는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문제풀이를 하다보면 "내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턱걸이를 하면서 손가락을 중심으로 팔의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마스터보드 역시 내기 도구로 사용된다.
바위꾼들에게는 "몸무게 1kg이 늘어나면 등반능력이 한 단계 떨어진다"는 불문율이 있다.
스포츠 클라이머들 역시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내기의 대상은 저녁식사 대신 먹는 뻥튀기나 떡 등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즐기면서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포츠 클라이머들은 직벽에서 시작해 각도가 90도 이상 꺾여 매달려 올라야 하는 오버행을 마치고 천장에 매달리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실내에서 행해지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무산소 운동이므로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은 채 매달리다보면 육체를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없다.
때때로 야외로 나가 자연암벽을 하거나 등산을 해야만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손정준씨는 "암벽등반을 하면서 어려운 루트를 극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는 형용키 어려운 짜릿함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호흡기능이 향상되고 신체가 균형적으로 발달하는 동시에 판단력도 길러지는 장점이 많은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글=정경진
바위꾼은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서는 자연암벽이 아니면 바위를 할 수 없었다.
국내에 처음 인공암벽이 소개된 것이 지난 87년.
97년부터 활성화되기 시작한 인공암벽등반은 2년 전부터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실외 암장을 설치하면서 급성장했다.
자연암벽에 대비되는 인공암벽이라는 용어도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새롭게 불리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상태다.
지난 89년 서울 북한산 무당골 한켠의 커다란 바위 밑에는 주말마다 텐트를 치고 야영까지 하면서 바위 오르는 연습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이 등산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오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이는 바위에서 계속 미끌어지면서도 다시 오르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는 "겜블러"란 이름이 붙은 고난이도 등반코스를 오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다.
반복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매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그는 어느새 등산객들에겐 유명 인물이 됐다.
"혹시나 이번 주에는 성공하지 않았을까"하는 호기심은 사람들을 주위로 몰려들게 했다.
그렇게 겜블러 코스에 매달리기를 3개월.
마침내 그는 겜블러 코스를 재등하는(코스가 처음 개척된 후 다시 같은 코스를 오르는 것) 데 성공했다.
13년 전 북한산에서 끈질긴 집념의 승리를 보여줬던 이는 현재 국내 최고의 록 클라이머(암벽등반가)로 인정받고 있는 손정준(37) 씨다.
그는 록 클라이머로서 국내 최고 기록 세 개를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 선수로는 최초로 난이도 5.14b급 코스를 등반했으며 설악산 적벽 자유등반(인공보조물 없이 오로지 손과 발로만 오르는 것,최소의 안전장비는 추락시를 대비하기 위해 설치한다) 또한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5.14급은 바둑으로 치면 프로9단쯤 되는 것으로 거의 바위의 천장에 매달려 손가락 반 마디 정도만 이용해 움직여야 하는 최고의 난이도다.
적벽 자유등반은 텔레비전으로 방송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5.13a급 난이도에서 아무런 장비 없이 맨몸으로 등반하는 프리솔로에도 성공했다.
안전장비가 없기 때문에 떨어질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 상황까지 도전해 성공한 것이다.
그동안 소수 마니아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암벽등반이 인공암벽장 시설의 증가와 함께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산에 가지 않더라도 손쉽게 암벽등반을 경험해볼 수 있는 인공암벽등반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큰 돈 들이지 않고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기면서 건강한 신체를 가꿀 수 있다는 게 인공암벽등반의 가장 큰 장점.
현재 국내에서는 4만~5만 명 이상이 스포츠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공암장을 찾는 사람들은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자연암벽등반과는 무관하게 순수한 운동을 목적으로 나오는 사람들과 자연암벽을 시도하기 위한 준비단계로 생각하는 사람들,마지막으로 자연암벽을 하다가 등반기술을 향상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이들이다.
손정준씨는 "사람마다 인공암벽장을 찾는 목적이 다른 만큼 훈련방법이나 강도도 차별적으로 적용된다"며 "기초 체력과 스트레칭이 중요한 운동이며,특히 손가락 관절의 단련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공암벽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은 등반시 발을 디디는 풋 홀드에 두 발을 지탱한 채 오래 버티는 운동부터 한다.
초보자는 5분도 채 버티기 힘들어 떨어지기 십상이다.
오래 버티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좌우로 이동하는 트래버스 운동을 많이 하게 된다.
격심한 근육운동을 계속하다보면 혈액이 더 이상 산소공급을 감당하지 못해 경련이 일어나는 펌핑(Pumping)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근력과 근지구력 운동은 필수적이다.
기본 운동을 한 달 정도 하면 "문제풀이"가 시작된다.
지도해주는 사람이 발을 디디거나 잡아야 할 홀드를 지정해주면 그 코스를 따라 이동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문제풀이.
목표를 정하고 통과하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도전욕구를 자극하는 재미가 있다.
문제풀이 과정을 통해 한 등급 난이도를 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몸소 체험하게 되며,한 문제를 풀어 실력이 향상됐더라도 연습을 하지 않으면 재도전에 실패하기 일쑤다.
문제풀이 시간은 실력 차에 따라 세 종류로 구분되기 마련이다.
초보자들의 문제풀이 시간은 보통 저녁 8~9시.
중급자들은 9~10시,고수들은 10시 이후에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문제풀이로 즐기면서 실력을 향상시키는 광경을 인공암장에서는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문제풀이를 하다보면 "내기"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턱걸이를 하면서 손가락을 중심으로 팔의 근력과 지구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고안된 마스터보드 역시 내기 도구로 사용된다.
바위꾼들에게는 "몸무게 1kg이 늘어나면 등반능력이 한 단계 떨어진다"는 불문율이 있다.
스포츠 클라이머들 역시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줄이는 데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내기의 대상은 저녁식사 대신 먹는 뻥튀기나 떡 등이 주로 사용된다고 한다.
이렇게 즐기면서 배우는 과정을 거치면서 스포츠 클라이머들은 직벽에서 시작해 각도가 90도 이상 꺾여 매달려 올라야 하는 오버행을 마치고 천장에 매달리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실내에서 행해지는 스포츠 클라이밍은 무산소 운동이므로 유산소 운동을 하지 않은 채 매달리다보면 육체를 균형 있게 발달시킬 수 없다.
때때로 야외로 나가 자연암벽을 하거나 등산을 해야만 균형 잡힌 신체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손정준씨는 "암벽등반을 하면서 어려운 루트를 극복했을 때 느끼는 희열은 말로는 형용키 어려운 짜릿함이 있다"며 "무엇보다도 호흡기능이 향상되고 신체가 균형적으로 발달하는 동시에 판단력도 길러지는 장점이 많은 스포츠"라고 설명했다.
글=정경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