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단체연합회는 지난 1993년부터 중단해온 정치자금 중개활동을 내년부터 재개키로 하고 이를 위한 세부지침 제정과 별도의 정치단체 신설을 추진중이다. 오쿠다 히로시 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장은 9일 언론과의 회견을 통해 "정치자금을 중개하는 데는 알선이나 기금신설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며 "연말까지 최종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활동에서 보여 준 실적을 근거로 정당 및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새로운 틀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원사 및 단체는 연합회가 신설할 정치행동특별위원회(가칭)가 평가한 각 정당의 정책과 활동실적을 근거로 정치헌금을 결정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연합회는 이 위원회와 별도로 정치자금 모금,배분의 창구가 될 정치단체를 '경제단체정치연맹'(가칭)이라는 이름으로 신설할 방침이다. 경제단체정치연맹은 기업 및 단체들의 직접적인 정치헌금과는 달리 모아진 자금을 연합회가 지원하는 정당 등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연합회가 정치자금 중개활동 재개를 적극 검토 중인 것은 정치자금 알선이 폐지된 지난 93년부터 재계와 정치권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정당한 요구와 건의도 정책에 반영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연합회가 정치권의 정책과 활동실적을 토대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원칙한 선심보다 재계에 건전한 도움을 주는 쪽에 큰 힘을 실어 주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 재계는 히라이와 가이시 전 회장이 게이단렌을 이끌던 지난 93년 정경유착에 대한 일반여론의 비판이 거세지고 최대 수혜자였던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하자 공식적인 자금알선을 폐지했다. 폐지 전까지 게이단렌이 알선한 정치자금은 자민당의 경우 연간 1백20억엔,민사당 10억엔에 달했다. 그러나 자금 알선 폐지 후 재계의 정치권에 대한 영향력이 급속 약화되면서도 개별 기업헌금은 증가세를 지속해 정치인들의 후원회 참석티켓을 구입하는 형태로 2001년 한 해만 해도 2백48억엔이 제공됐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