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은 29일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사건을 계기로 러시아판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한 국가안보기구 개편에 착수했다. 러시아는 또 모스크바에서 인질극 사태에 가담한 혐의가 있는 용의자들에 대해대대적인 색출작전을 벌이고 있다. 세르게이 이바노프 국방장관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동한 뒤 가진기자회견에서 "외부로부터의 위협을 포함, 러시아에 대한 테러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테러공격 주모자 뿐만 아니라 공범자와 재정 후원자들도 포함된다"고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9.11테러 이후 새 안보 조치를 취했던 것처럼 유관 기관들이 새 안보 전략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고 이바노프 장관은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에도 "더욱 대담하고 잔인해지고 있는" 테러수단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테러퇴치 전략을 수립하라고 군에 지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니콜라이 파트루쉐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인테르팍스 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 당국의 새로운 테러전략은 체첸사태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며 "불법 무장세력의 지도자와 테러범이 빨리 제거되면 될 수록 상황이 정상화되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리스 그리즐로프 내무장관은 체첸내에 중앙 집권식의 내무부를 신설할 계획이며 이 내무부에는 1만2천여명의 인력이 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RIA 노보스티 통신은 러시아 당국이 체첸 반군을 미국의 테러조직명단에 올려줄 것을 미국측에 공식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러시아가 미 정부에 보낸 서신에서 모스크바 인질극 사태를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인질극 연루자들도 테러범이라고 지적하면서 체첸 반군의 테러조직등재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당국은 이와 함께 인질극이 발생한 모스크바에서 인질 사건 연루자에 대한 색출작전을 펼쳐 수십여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검찰청의 미하일 아브듀코프 검사는 인질극 사태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용의자들에 대한 수색 작업을 벌여 여러명을 구금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체첸 출신 러시아 의원들은 새로운 안보 조치들이 모스크바에 거주하고있는 체첸인들을 괴롭히는 구실로 이용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체첸 출신인 아슬란베크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체첸인들의 기본권을 훼손해서는안된다는 푸틴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체첸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모스크바 인질극 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가운데 16명의 장례식이 29일사건 이후 처음으로 거행됐다고 모스크바시 관계자들이 밝혔다. 시 관계자들은 모스크바와 인근 지역의 4개 공동묘지에서 장례식이 거행됐고 30일에도 희생자 40여명에 대한 장례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9.11 테러 가담 혐의로 독일 함부르크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무니르 엘 모타사데크(28)는 29일 법정에서 9.11 테러범들이 체첸 반군의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했었다고 증언했다. 모타사데크는 9.11테러 주모자로 알려진 모하메드 아타와 마르완 알-셰히 등은1999년 10월 러시아군이 체첸 지역으로 진입한 이후 체첸 반군에 동참하겠다는 뜻을밝혔다고 전했다. (모스크바.함부르크 AFP=연합뉴스) youngb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