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이고 있던 반도체시장이 때아닌 'DDR 공급부족'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4.4분기부터 공급과잉을 빚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주력인 256메가 DDR와 그래픽카드용 DDR가 품귀현상까지 빚으면서 D램시장은 힘찬 상승무드를 타고 있다. ◆ 256메가-8달러,128메가-4달러 돌파 = DDR 시장에서는 일부 제품의 경우 '없어서 못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이 치솟고 있다. 256메가 DDR은 24일 아시아현물시장에서 전장대비 4.54% 상승한 개당 8.05달러(7.85∼8.3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의 개당 6.34달러보다 26.9% 올라 연중최고치였던 지난 3월초의 개당 8.3 달러에도 바짝 다가선 것이다. 128메가 DDR도 지난달 26일 개당 3달러로 추락했다가 한달새 30% 오른 4달러를 기록했다. 이처럼 DDR가 급등세를 타면서 일반 싱크로너스 D램(SD램)이 이달초부터 하락행진을 멈추고 반등을 시도하는 분위기다. ◆ '고맙다(?), 마이크론' = DDR 가격이 초강세를 띠는 것은 수급상 공급물량이 크게 달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달들어 크리스마스 특수를 겨냥한 PC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물량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D램 메이커들이 주문량에맞춰 제때 물량을 공급할 형편이 되지 못하는 것. 재고가 적정재고(2주)미만으로 떨어졌다. 주목되는 점은 이달부터는 대다수 D램메이커들이 DDR 대량생산 체제를 갖추면서공급과잉 현상과 함께 가격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빗나가고 있는 것. 삼성전자와 대만 난야를 제외한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나머지 D램메이커들이 아직도 DDR로의 공정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산기준으로 세계 2위인 마이크론이 DDR 양산에서 `기술적 한계'에 봉착한 것이 공급부족을 심화시킨 결정적 요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마케팅담당자는 "마이크론은 SD램에서 DDR로 공정을 전환하는 동시에 0.15미크론에서 0.13미크론 이하로 회로선폭을 미세화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기술적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고의 공정기술을 가진 마이크론이 기술적 문제를 겪고 있다는 점이 의아스러울 정도"라며 "수율향상을 통해 안정적인 양산체제를 갖추려면예상외로 긴 시일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사정이 크게 다를 바 없지만 상대적으로 공정개선이 빠른 편. 정상적인 투자는 못했지만 자체 공정개선 노력으로 DDR가 전체 D램물량의 40%를 차지하고 있고 연말까지 7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올해초 적기에 DDR 투자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며 "그러나 채권단의 구조조정안이 확정돼 신규투자를 하게되면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표정관리' = DDR시장의 최강자인 삼성전자는 최근 DDR가 급등세를 이어가는데 대해 표정관리에 여념이 없다. 그래픽카드용 DDR 등 일부 제품에서 품귀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가격변동도 아직은 단기적이어서 좀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고의 원가경쟁력을 갖춘 삼성전자가 256메가 DDR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이르는데다 자체 D램생산물량(월간 1억5천만개)에서도 DDR가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져 DDR 가격 급등세가 계속될 경우 이익폭이 엄청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다만 가격상승세가 연말까지 계속 이어질지는 아직 의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DDR로의 공정전환에 따른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내년 1.4분기까지 가야하고 그때까지는 가격이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마이크론과 일부 일본업체들의 감산움직임도 상승무드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IT경기 자체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11월 중순부터 연말의 계절적 수요가 사라지고 DDR 증산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면 가격이 다시 하락세에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rhd@yonhap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