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향해 뛰자. 앉아서 기다리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 스스로 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을 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차지할 수 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 출발한 경영전략인 이노베이션 바람이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벤처붐이 서서히 가라앉으면서 기업인들은 '이노베이션만이 살 길'이라며 이를 실천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젊은 기업인들이 15일 한국경제신문사 앞마당에서 중소기업이노베이션추진본부(회장 김성수)를 창립하고 이노베이션운동에 나섰다. 이날 출범한 이노베이션추진본부(이노추) 회원들은 스스로 기업 내에서 이노베이션을 적극적으로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또 축적된 노하우와 정보를 서로 나누기로 했다. 이노추 회원들은 중기청과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1천5백개 이노비즈(INNO-BIZ:기술혁신기업) 및 창조기업 가운데 우수기업들로 구성됐다.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노베이션은 대기업(Big Business)에서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이 이론을 깨고 중소기업(Small Business) 이노베이션촉진법을 제정하면서 중소기업이 이노베이션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이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소기업 이노베이션에 무게를 뒀다. 오슬로에서 열린 OECD 기업위원회는 중소기업 이노베이션 매뉴얼을 만들어 실천에 나섰다. 이것이 이른바 '오슬로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중소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부문별 추진방안을 제시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는 중소기업청과 한국경제신문이 이 매뉴얼을 바탕으로 중소기업들이 경영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INNO-BIZ 정책'을 마련했다. 이노비즈란 이노베이션 비즈니스(Innovation Business)를 줄인 말로 혁신기업을 뜻한다. 이 이노비즈 정책은 매년 1천개의 첨단기술 중소기업을 뽑아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동안의 중소기업 정책은 과거실적 위주로 지원을 해줬다. 매출성장이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하거나 수출실적이 높아야 했다. 그러나 이노비즈는 과거를 묻지 않는다. 오직 미래를 내다보고 평가한다. 따라서 매출규모가 작은 기업도 이노비즈로 선정될 수 있다. 이노비즈는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투자하는가에 가장 중점을 둔다. 때문에 이노비즈에 선정되려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은 전략혁신부서를 두지 않았다. 그러나 이젠 라인조직과 별도로 전략혁신팀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전략혁신팀은 단지 기획안을 만들거나 건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행능력까지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기업의 전략은 이제 경쟁사를 대상으로 벤치마킹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보다 한 단계 높여 달리 생각하고 다르게 전략을 펴야 한다. 이같은 전략은 경쟁사의 신제품과 신사업을 파악하지 않고선 불가능하다. 경쟁사의 동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가능하다.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분석해 봐야 한다. 외국 동업종 기업의 동향과 강점을 분석해 봐야 하고 우리보다 한발 앞선 기술이 나타나지 않았는지 안테나를 높여야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객의 소리를 체계적으로 청취해야 한다. 고객의 소리(VOC)를 듣지 못하는 기업은 이노비즈가 아니다. 클레임 컴플레인 분석(CCA) 고객요구측정(CDI) 고객요구를 제품설계에 반영하는 기법(CDP) 등이 확립돼 있어야 한다. 이번에 이노추를 결성한 기업들은 이같은 경영전략을 추진하기로 했다. 은행 기업 학교 연구소 등에서 사용하는 모든 문서를 자동으로 처리하는 솔루션을 처음 개발해낸 드림투리얼리티(대표 김종철)를 비롯 텔레메틱스란 새로운 차량정보 시스템을 개발, 현대자동차 등에 공급하기 시작한 천마전자(대표 조재영)가 바로 한발 앞서 이노베이션을 실천하는 기업이다. 건축물의 기초지질구조를 해결해 주는 G&S(대표 허인구), 리모델링이란 개념을 국내에서 처음 도입하고 리노패널이란 리모델링소재를 개발해낸 끌과정(대표 조일환)도 기술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대덕밸리에서 첨단기술공장만 설계 시공하는 디테크(대표 윤해균)와 서울 가양대교의 야간조명을 설치한 누리플랜(대표 이상우)도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냈다. 이노비즈 컨설팅 전문업체인 넥스트젠(대표 이수현)과 오폐수를 첨단기술로 처리하는 청우이엔이(대표 김양수)도 이노베이션을 실천하고 있다. 이노비즈가 되려면 회사 내에서의 혁신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시스템이 갖춰져야 이노베이션이 제대로 이뤄진다. 전사적 이노베이션을 위해선 어느 부서이든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꼭 기획부서에서만 하는 그런 회사는 도태한다. 또 근무시간에 플렉스타임(Flex-Time)을 가질 수 있어야 하고 부하가 상사에게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어야 한다. 회의는 브레인스토밍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좋다. 권한위임 규정과 결재단순화 규정이 없는 기업은 이노비즈가 아니다. 사내 혁신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제도 실행돼야 한다. 이노추 회원들은 15일 창립을 한데 이어 스스로 혁신성을 평가해 보기로 했다. 다가올 미래를 위해 혁신을 더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로 다짐했다. 이치구 전문기자 rhee@hankyung.com ----------------------------------------------------------------- < CEO의 이노베이션 전략 > 1. 나는 대표이사가 아니라 대리다 2. 과거실적은 잊어버렸다 3. 맨발로 다시 뛰자 4. 전략혁신팀을 만들자 5. 이노베이션은 상식이 아니다 6. 회의는 서서 하자. 걸으면서 해도 좋다 7. 사원의 창안을 먼저 듣자 8. 전엔 실패했지만 이번은 아니다 9. 채택된 혁신프로젝트는 오늘 실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