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째 허란춘(荷蘭村)의 한 가택에 연금돼 있는양빈(楊斌) 북한 신의주 특구 행정장관의 장래는 북한이 특구 출범과 관련된 중국의 오해를 어떻게 불식시키고 '백배 사죄' 등을 통해 악화 조짐의 관계를 복원시키냐에 달려 있다는 주장들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중국 소식통 다수는 양 장관의 연금 해제 및 특구장관 취임 가능성에 대해 "전적으로 북한, 특히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떻게 중국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이해를 구하는지에 달렸다"고 전제하면서도 양 장관에 대한 연금 해제 및 특구 장관 취임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랴오닝(遼寧)성 선양의 한 대학 교수는 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회견에서 "양빈 사태는 신의주특구 출범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된 것에 대한 배신감 뿐 아니라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북한의 대외관계에 대한 일종의 경고탄 성격이 짙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은 북한 특사에게 과도한 조건을 내걸어 원만한 사태 해결이 힘들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중국이 양빈을 구속시키지 않고 연금 상태로 전환한 것은 북한에 기회를 준 것"으로 강조한 뒤 "김 위원장이 사태를 심각하게 인식, 슬기롭게 대처하지 않으면 양빈의 운명은 물론 신의주 특구가 라진.선봉 특구에 이어 또다시 실패작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학계인사도 이 사태가 탈세 등 경제문제가 아닌 '정치 문제'인데다 북한이특히 인의(仁義)를 중시하는 중국을 크게 자극한 만큼 사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내다봤다. 그는 "중국인들의 화를 북돋운 이상 순조로운 처리가 어렵다(一次生氣,下一次不好辦)는 말처럼 '양빈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랴오닝대학의 한 교수는 "중국은 김 위원장이 북-러 정상회담 중 남한과 동해선 철로를 조속히 건립할 것임을 공표한 데 이어 북-미대화 촉진을 위해 신의주특구 성립을 전격 발표하는 등 실책을 저질렀으며 선양 주재 총영사도 다"고 지적한 뒤 "켈리 특사의 북조선 방문 성과가 예상되는 것도 중국을 크게 자극했다고 풀이했다. 중국은 김 위원장이 신의주-단둥(丹東)을 잇는 경의선보다 시베리아를 관통하는 동해선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 중국을 제치고 한반도 진출을 꾀하는 러시아의 전략에 넘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이 양빈을 "정치적 희생물"로 삼아 북한의 대미,대일,대러 관계의 급속 개선을 경고한 것으로 이 교수는 보고 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며 10여년 째 무역을 해 온 한 조선족 기업가나 선양의 한외교 소식통 등 관측통 대부분도 "양빈의 연금 상황이 언제 풀려날지는 북한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강조, 사태 해결의 공이 북한에 넘어가 있음을 시사했다. (홍콩=연합뉴스) 권영석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