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탁구의 '희망' 유승민(20)이 지긋지긋하던 징크스를 깨고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으며 '병역면제'까지 덤으로 얻었다. 올림픽 동메달 이상과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주어지는 군 면제 혜택 기회를 3번이나 잡고도 모두 아깝게 날려버렸던 유승민이 8일 경기에서 선배 이철승과 짝을 이룬 남자복식 정상에 오르며 보란 듯이 징크스 탈출에 성공한 것. 유승민은 동남고 3학년이던 지난 2000년 최연소(18세) 출전기록을 세우며 태극마크를 달고 시드니올림픽에 참가했지만 불운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철승과 호흡을 맞춘 유승민은 승승장구하며 준결승에 올랐지만 장 필립가티엥-패트릭 쉴라(프랑스)조의 벽을 넘지 못하고 4위에 그쳐 올림픽 동메달로 주어지는 병역 혜택을 눈 앞에서 놓쳤던 것. 이번 대회에서도 시드니 악몽이 그대로 재현됐다. 대만과의 단체전 준결승에서 3-2 역전승을 주도했지만 금메달이 아른거리던 중국과의 결승전 2단식에서 공링후이에게 두 세트를 먼저 따고도 2-3으로 역전패해 병역면제 기회를 날려 버렸다. 유승민은 유지혜와 짝을 이룬 혼합복식에서도 결승에 올라 3번째 기회를 맞았지만 쳉육-티에야나(홍콩)조에 내리 세 세트를 따내고도 방심한 탓에 네 세트를 잇따라 넘겨줬고 병역 면제의 꿈도 또 한번 물거품이 됐다. 불운에 진저리를 치던 유승민은 배수의 진을 친 남자복식 결승에서 김택수-오상은조를 풀세트 접전끝에 4-3으로 제압, 3전4기끝에 그렇게도 갈망하던 금메달과 병역면제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기쁨을 누렸다. 유승민이 감격의 금메달을 딴 데는 지난 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녀왔던 `중국유학'이 보약이 됐다. 당시 유승민은 실업팀 진출과정에서 지명권을 주장하는 제주삼다수와 평소 마음에 뒀던 삼성생명에 이중등록, `무적선수'로 낙인찍혀 각종 대회에 참가할 수 없게되자 그해 7월 중국 쓰촨성 탁구팀에 3개월 임대선수로 외유를 떠났던 것. 중국선수들의 다양한 전형과 라버에 적응하는 소중한 시간을 보낸 유승민은 지난 해 12월 종합선수권 단식.복식.단체전 3관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재기했고 이번대회에서도 중국 유학에서 다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유승민은 "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놓쳐 복식을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며 "중국에서의 선수생활이 많은 도움이 됐고 부모님과 여자친구에게 먼저 기쁨을 전하고 싶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울산=연합뉴스) chil881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