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8개월간 지속된 외국인투자자의 매도세가 진정될 것인가. 외국인은 거래소시장에서 지난 2월부터 9월까지 5조4천144억원을 순매도하며 종합주가지수를 연중 최저 수준(9월30일 646.42)으로 끌어내렸다. 10월 첫날 1천116억원을 순매도했던 외국인은 2일 미국 증시의 급등 영향으로 870억원을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의 방향을 결정짓는 외국인의 매매 전망에 대해서는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미 증시의 과매도권 진입, 국내 경제의 탄탄한 펀더멘털(기초여건)을 들어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예상하는 쪽이 있는 반면 미국 경기와 증시의 불투명성이 여전해 아직 이르다는 쪽도 있다. ◆이달부터 순매수 전환 전망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3일 "주가가 작년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외국인이 더이상 이익실현을 위해 내놓을 물량이 없다"며 외국인의 매도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전망했다. 3.4분기 7.3%에 머문 S&P 500 소속 기업의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이 4.4분기 20.6% 커질 것이라는 미 기업실적 조사업체인 `퍼스트 콜'의 추정치를 예로 들면서 미국 증시가 기업수익 증가를 바탕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실장은 "미 증시의 안정, 국내기업 주가의 과도한 저평가, 수출 중심의 높은 경제성장률(4.4분기 6.1% 전망)이 10월부터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는 요인이 될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미연 연구원은 "현재 미 증시는 하락과정에서 다양한 악재가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고 과매도권에 진입한 것이 국내 시장에서 지속되고 있는 외국인 매도를 진정시킬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2000년 고점 기준으로 S&P 500 지수는 46%, 다우지수는 34%, 나스닥지수는 76%가 각각 하락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증시의 약세장때와 비슷한 과매도권이라는 것이다. ◆내년 1분기가 전환점 교보증권 김석중 상무는 "외국인의 매매 추이는 미 시장에 연동돼 있다"며 "매도세가 다소 진정될 수 있겠지만 미 증시가 여전히 불안해 적극적인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미 증시는 반등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매 동향은 내년 1.4분기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우리나라의 새 정부 출범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미 공급관리협회(ISM)의 9월 제조업지수가 49.5로 올들어 처음으로 50선 아래로 떨어지는 등 주요경제 지표의 부진으로 인한 향후 경기의 불투명성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LG투자증권 황창중 투자전략팀장은 "그동안 외국인의 매도 이유가 경기 불투명과 기업실적 악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위기였는데 10월 들어서도 달라진게 없다"며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과 기업 실적만으로는 외국인 매수세를 불러일으킬만한 모멘텀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황 팀장은 "따라서 기술적 반등 성격의 순매수세는 몰라도 올해 안에 외국인의 추세적인 매수세 전환은 힘들 것"이라며 "내년 1.4분까지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