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어느 때보다 불투명한 한 주를 맞아 미로 속을 헤매이고 있다. 9월 두 번째 주 증시는 종합지수 700선이 무너지고 코스닥지수는 연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허약한 체력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반등했다. 시장에는 관망세가 뚜렷하다. 주중반 이후 국내외 증시에 영향을 미칠만한 ‘이벤트’가 몰려 있는 상황에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 않은 까닭이다. 주도주나 매수주체가 부재한 증시는 프로그램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수선물, 옵션, 종목옵션 동시만기일(트리플위칭데이)를 하루 앞두고 치열한 눈치보기 속에 프로그램에 따른 지수움직임이 예상된다. 국내외 시장 여건이 결코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다만 주중반 이후 하나둘 씩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조정 시 매수 관점을 유지하는 접근이 바람직해 보인다. ◆ 안개 속을 뚫고 = 종합지수가 하루만에 700선을 회복했다. 이에 따라 국내외 변수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반등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와 기술적 반등 이후 다시 저점 테스트에 나설 공산이 크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증시가 여전히 짙은 안개 속에 내던져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해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변수의 진행상황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력’이 서서히 회복될 경우를 대비해 매도보다는 매수관점을 견지할 시점이다. 먼저 수요일 9.11 미국 테러 1주년을 맞은 추가 테러 위협과 이라크와 미국의 전쟁 가능성이 큰 변수로 꼽힌다. 이들 변수는 통제 불가능하고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반면 이 같은 재료는 노출 이후 증시가 빠른 적응력을 보여왔다는 점도 기억할 대목이다. 또 목요일에는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유엔연설을 통해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해 언급하고 그린스팬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관련 증언을 하는 점도 관망세를 퍼뜨리고 있다. 부시보다 그린스팬의 발언 내용에 관심이 모아지지만 최근 경제지표가 증시에 충분히 반영돼 있어 영향력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가 쌍바닥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 증시가 안정을 찾고 있어 긍정적”이라며 “불투명성이 제거되고 나면 상승으로의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만기 충격 크지 않을 듯 = 국내에서는 목요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례회의를 열고 9월 콜금리 목표수준을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금리인상론도 거세지만 현 수준인 4.25%로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목요일은 또 사상 세 번째 맞는 트리플위칭데이다. 매수와 매도 모두 엷게 깔려있어 프로그램 매매의 영향력이 더욱 증가한 상황에서 만기일을 맞아 변동성 확대가 점쳐지고 있다. 프로그램에 따른 급등락이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세 마녀가 시장을 교란한다는 만기일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매수차익 잔고 수준이 낮다. 10일 현재 매수차익잔고는 3,500억원 가량으로 연중 최저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이중 파생상품과 연계된 것으로 파악되는 3,000억원 중 장기 물량을 제외하면 충분히 흡수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이다. 오히려 만기일을 앞두고 프로그램 매수세 유입에 따른 상승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외국인이 8,000계약에 달하는 누적순매도 포지션을 환매수하면서 시장베이스시가 콘탱고로 전환되고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된다는 시나리오다. 대우증권 황준현 연구원은 “전체적인 매수차익잔고 규모가 크지 않을뿐 아니라 상당부분 롤오버되고 있어 트리플위칭데이 충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 요인이 안정될 경우 대규모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