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인 아닌 죄인 신세가 된 것 같습니다.당분간 스몰캡(중소형주) 분석은 손을 놓을 참입니다"(A증권사 IT담당 애널리스트) "최근 증권사 직원과 관계기관 직원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는 정보회의가 슬그머니 사라지고 있습니다"(B증권사 투자정보팀 담당자). 증권사 리서치(기업분석)조직이 초상집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이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와중에 D증권사의 유명 애널리스트인 정윤제씨(41)가 주가조작(속칭 작전)에 까지 가담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역 애널리스트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데다 검찰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정윤제 애널리스트가 하이퍼정보통신 최성수 대표에게 먼저 주가조작을 제안하는등 작전을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런 기류를 타고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요즘 벌집 쑤셔 놓은 것 같은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증권가의 최대 현안임에도 불구하고 애널리스트 구속이나 금감원의 위법 주식거래 조사 등에 대해 누가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이 없다"며 가라앉아 있는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증권사 투자정보팀 소속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하는 외부 정보회의는 개점휴업 상태다. 한 투자정보팀 애널리스트는 "1∼2개월 전만 해도 1주일에 많게는 3번이상 정보회의에 참석했으나 이제는 한번 정도로 줄어들었으며 회의내용도 알맹이가 없어 지금은 친목 모임 정도로 변해버렸다"고 전했다. 기업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기 위해 열리는 정보회의가 '작전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곱지 않은 외부의 시선 때문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오는 16일 끝나는 금감원의 조사 이후를 더욱 걱정하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주요 증권사별로 애널리스트 1∼2명에 대해 집중적인 조사를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C증권사의 K모 애널리스트가 유력하다'는 등의 실명까지 거론될 정도다. 실제 일부 애널리스트의 경우 e메일은 물론 은행계좌 및 증권계좌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조사가 이뤄지기전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이 e메일 및 메신저에 들어있는 내용을 거의 지웠으나 삭제하지 못한 내용은 일부 걷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특히 문제점이 적발된 것으로 알려진 D증권사의 경우 금감원 조사가 이달말로 연장된 것으로 전해져 조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따라 당장 작전 등의 위험이 있는 중소형주에 대한 기업분석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정보통신 담당 애널리스트는 "기업내용이 좋아도 대주주가 자주 바뀌는 등 꺼림칙한 기업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다"며 "시가총액이 크고 기관과 외국인이 주로 사는 종목 중심으로 접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혹시라도 작전과 연관된 중소형주를 손댔다가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 애널리스트는 전했다. 대우증권 전병서 리서치본부장은 "작전 가담 등 최근의 사건들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의 신뢰성이 손상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애널리스트들은 이번 조사를 신뢰성 회복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수·오상헌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