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고육지책으로 선발 임무를 맡긴 외국인 투수 리오스(30)가 선두 수성의 수호신으로 떠올랐다. 시즌 내내 마무리로 나서다 이달부터 선발로 돌아선 리오스는 17일 열린 SK전에서 8⅓이닝을 3안타 1실점으로 막는 쾌투를 선보이며 2-1 승리를 이끌어 팀의 4연패를 끊었다. 다양한 변화구가 주무기인 리오스는 이날 7회까지 볼넷 2개와 몸 맞는 공 1개를내줬을 뿐 단 1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를 보여주기도 했다. 리오스의 역투는 `원투 펀치'인 김진우와 키퍼가 최악의 부진에 허덕이던 두산과의 주중 2연전에서 연달아 무너져 자칫 연패가 길어질 수도 있던 터라 그 진가가더했다. 또한 기아는 1.5경기차까지 쫓겼던 2위 삼성과의 승차도 다시 2경기로 벌이며한숨 돌릴 수 있었다. 8월 들어 주전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부상병동'으로 전락한 기아가 이달 들어 거둔 2승이 모두 리오스의 팔에서 나온 것이다. 리오스는 선발로 나선 첫 경기인 지난 2일 SK전에서도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팀을 2연패에서 구해냈었다. 기아가 뒷문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구원 부문 공동 3위(18세이브포인트)에 올라있는 리오스를 선발로 돌린 것은 에이스 최상덕이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엔트리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내세운 리오스는 하지만 `소방수'로 출격할 때보다도 훨씬 뛰어난 활약으로 김성한 감독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구원 투수의 특성상 자책점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방어율 3.91을 기록하던 리오스는 선발로 나선 2경기에서는 방어율 1.76(15⅓이닝에서 3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을 비롯해 한국 입국 전에는 주로 선발로 뛰었던 리오스가 선발을 훨씬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성한 감독은 "리오스가 한 순간에 승부가 갈릴 수 있는 마무리때보다 부담없이 던지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는 것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연이은 호투에도 불구하고 리오스의 선발 기용을 최상덕의 복귀 때까지라고 못박았다. 이강철이 홀로 분투하고 있기는 있지만 뒷문이 아무래도 불안해 보이기 때문이다. 최상덕이 복귀할 것으로 보이는 내달 중순까지는 선발로,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에서는 `소방수'로 나설 리오스의 어깨에 기아의 선두 수성은 물론이고 `V10'의운명이 달려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