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장세는 과연 대세 하락기인가.' 역배열에 들어간 제반 이동평균선, 핵심 블루칩의 하락추세, 기업 실적개선 모멘텀 상실 등을 감안하면 국내증시의 대세가 꺾였다는 지적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증시에 나타나는 양상을 종합해 보면 과거 대세하락 전환기에 나타났던 모습과는 대조적인 점이 적지 않다. 김영수 튜브투자자문 대표는 "간접투자자금 개인투자심리 경기동향 등을 분석해 보면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엔 이르다"고 강조했다. ◆ 대세하락의 신호들 =주가의 추세를 나타내는 제반 이동평균선이 이달들어 완전히 역배열에 진입했다. 장기(1백20일선) 중기(60일) 단기(20일) 이동평균선이 위에서 밑으로 나란히 차례로 정렬되면서 우하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통상 지수 이동평균선이 정배열 또는 역배열에 들어가면 추세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지난 98년11월 정배열에 들어간 주가는 2001년초까지 2년동안 강세장을 이어갔다. 마찬가지로 2001년 4월 역배열에 들어간 증시는 1년이상 내리막길을 걸었었다. 물론 폭과 기간에는 차이가 있지만 한번 추세가 형성되면 잘 무너지지 않는게 주가의 속성이기도 하다. 지수 역배열뿐만 아니라 기업이익 모멘텀이 지난 2.4분기 피크에 달했다는 지적도 대세하락의 가능성을 높게 하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와 환율상승으로 하반기 기업실적이 상반기보다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대세하락을 부정하는 신호 =과거 대세하락기와는 달리 주식형펀드 자금의 환매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소폭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초 상승장세에서 대세상승의 '절정기'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김영수 대표는 "고객예탁금 및 펀드로의 자금쇄도, 개인들의 투자심리 과열 등 주가상투권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났던 양상이 올해초 상승장에서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올 4월까지의 증시는 시종일관 경계감 속에서 조심스럽게 올랐었다. 경기동향과 기업수익 추이도 과거와는 다르다. 통상 주가는 경기호황의 절정기 이후 나타나는 기업실적의 피크를 확인하고 하락세로 전환한다. 그러나 이번엔 경기확장 초기국면에 기업이익이 절정에 달했다는게 애널리스트들의 중론이다. 이에대해 김석규 B&F투자자문 대표는 "상반기 실적은 경기흐름과 다소 무관하게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좋지 않았음에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의 수출기업이 기대이상의 실적을 거둔 것은 시장점유율 확대 등 경쟁력 향상에 힘입은 것이란게 그의 설명이다. 따라서 실적 모멘텀이 꺾였다고 해서 경기가 위축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장득수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최근 주가하락은 미국발(發) 충격 등 외부변수에 따른 심리적 변수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에 단순한 기술적 지표를 보고 대세하락을 논하기는 아직 섣부르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