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서울은행 인수대금으로 론스타보다 1천억원 이상 많은 1조여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하나은행의 서울은행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확실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계 고위 관계자는 5일 "하나은행이 9천억원을 제시한 론스타펀드보다 1천억원 이상 높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했다"며 "이 정도면 상당한 의미가 있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량은행 합병원칙에 부합해 정부가 선호하는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데 아무런 걸림돌이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풋백옵션(여신 등이 부실화할 경우 환매할 수 있는 권리)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기타 부대조건 면에서도 론스타에 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측은 우발채무에 대한 '면책'을 요청했지만,이는 기업 인수·합병(M&A) 계약에서 일반적으로 포함시키는 사항이어서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부와 예금보험공사는 5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서울은행 매각소위를 열어 하나은행과 론스타가 각각 제시한 인수조건을 검토한 데 이어 이번주 중 공자위 본회의를 소집,하나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 합병하면 총자산 규모 85조원으로 국민과 우리은행에 이은 국내 3위(자산 기준)의 대형 은행으로 부상하게 된다. 하나은행은 단자회사(한국투자금융)에서 일반은행으로 전환한 지 불과 11년 만에 3대 은행의 대열에 오르는 셈이다. 이는 신한 한미 등 '나홀로' 은행들의 합병 움직임을 촉발시켜 은행권에 또 한 차례 '빅뱅'을 몰고올 전망이다. 하지만 하나은행이 공자위 결정을 거쳐 실제 서울은행 인수자로 확정되기까지는 만만치 않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걸림돌은 서울은행 임직원들의 반발이다. 서울은행 직원의 고용승계 조건을 단 론스타와는 달리 하나은행은 합병 뒤 고용조정에 나설 계획이어서 서울은행 노조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더욱이 서울은행 3급(차장)의 평균 나이가 47세인 데 비해 하나은행의 같은 직급 평균 연령은 40세에 불과,7살이나 차이가 난다. 두 은행간 2급(부장) 및 4급(과장·대리)의 평균 나이도 각각 6.7세와 6.2세의 격차가 벌어져 있다. 이같은 직급별 연령차는 합병 후 조직융화에 장애물이 될 전망이다. 하나은행이 서울은행과의 합병을 전제로 주식교환비율을 조정,서울은행을 인수키로 함에 따라 실제 주식교환비율을 산정하는 데도 진통이 예상된다. 하나은행은 소액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도 대응해야 한다. 하나은행측은 서울은행과 합병할 경우 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돼 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추가비용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지난 98년 1차 은행 구조조정 때 충청은행을 성공적으로 흡수한 경험이 있다"며 서울은행 인수에 자신감을 나타냈다. 유병연·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