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 고강동 선사유적지에서 한강유역 최대 규모의 청동기시대 주거지가 발굴됐다고 한양대 문화재연구소(소장 배기동) 발굴단이 8일 밝혔다. 발굴단에 따르면 이번 제5차 고강동 선사유적 조사 결과 17.9m x 3.8m에 달하는 대형 주거지 1기가 산 정상부 근처 북쪽 능선 부근(해발 70m)에서 확인된 것을 비롯해 도굴되지 않은 신라시대 석곽묘 4기가 드러났다. 기원전 10세기 이전 전기 청동기시대에 속하는 이 대형 주거지는 현재로서는 외곽 규모만 확인했기 때문에 그 성격이나 정확한 구조 등에 대한 규명은 정밀 발굴을기다려야 한다고 발굴단은 덧붙였다. 이곳에서는 반월형 돌칼을 비롯해 돌화살, 돌끌, 아가리 둘레로 일정 간격 구멍을 뚫은 이른바 공렬(孔列) 토기를 비롯한 무늬없는 토기 등 유물이 발견됐다. 이번과 같은 대규모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한강유역에서는 최대이며, 고강동 유적에서는 세번째로 확인된 것이다. 길이 20m 안팎에 달하는 청동기시대 주거지는 강원도를 비롯해 최근 들어 전국에서 간헐적으로 연이어 출현하고 있어 그 성격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고강동 유적은 현재 한강 하류지역에 남아 있는 유일한 청동기시대 취락 유적으로 그동안 4차례 발굴조사를 통해 당시 집 자리와 함께 제사 유적으로 추정되는 적석환구(積石環構) 시설이 산 정상에서 발굴돼 학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올해 5차 조사에서는 검은 빛이 돌고 목이 긴 이른바 흑도장경호(黑塗長頸壺)까지 발굴됨으로써 이 유적이 청동기시대 뿐만 아니라 철기시대 초기까지도 지속적으로 사용되었음이 밝혀졌다. 또한 지난해 4차 조사에서 8기가 확인된 신라시대 석곽묘가 이번에도 4기가 발굴됐다. 이들 무덤 대부분은 등고선과 직각으로 무덤을 조성했으며 시신 머리는 북쪽을 향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굴단은 말했다. 한편 이처럼 다양한 유물과 유적이 확인됨에 따라 고강동 유적에 대한 사적 지정이 추진되고 있으며 이런 움직임과 맞물려 부천시는 이 일대를 역사주제공원으로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