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기관차' 한국축구가 무한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펠레가 꼽은 우승후보 중 하나인 포르투갈을 누르고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한 한국은 16강전에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데 이어 8강전에서 '무적 함대' 스페인을 침몰시키며 도저히 믿기 힘든 4강 신화를 창조했다. 약관의 청년들이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4강에 진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적이 있지만 어찌 이번의 쾌거에 견줄 수 있을까. 이런 가파른 상승세라면 결승 진출은 물론 땀과 눈물, 그리고 환희의 상징인 '월드컵'도 국민 품에 안겨줄 태세다. 5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을 보면 한국은 40위에 불과하지만 한국에 패한 팀들은 포르투갈이 5위인 것을 비롯 이탈리아가 6위, 스페인은 8위다. 지금까지 아시아의 맹주 정도로만 인식됐을 뿐 세계와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혔던 한국 축구가 '톱 10' 중 3팀을 보기좋게 격파하고 이제는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이다. 8강진출로 세계정상권 진입에 신호탄을 쐈던 한국축구는 이제 강호로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뛰어난 스피드를 앞세운 미드필드의 강한 압박, 공격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가리지 않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 전역을 휘젓는 놀라운 체력 등 전력과 경기 내용면에서도 어느 팀에 뒤지지 않는다. 참가팀이 16개국을 넘지 않은 1930년 초대 우루과이대회부터 78년 아르헨티나대회까지를 제쳐놓고 24개팀이 참가한 82년 스페인대회부터 이번 한일월드컵까지 4강에 한번이라도 들었던 팀은 204개 FIFA 회원국 중 한국을 포함해 불과 13개국(터키-세네갈 승자 제외)에 불과하다. 따라서 13개국에 이름을 올린 한국이 새로운 축구강국으로 탄생했다는 데 논란의 여지는 없다. 또한 이번 4강 쾌거는 아시아는 물론 세계축구의 역사도 다시 썼다는 의미도 지난다. 82년 대회 이후 4강은 축구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유럽과 남미가 독식했으나 한국으로 대변되는 아시아도 새천년 첫 대회에서 당당히 4강 진출국에 등재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진행형이다. 한국은 25일 오후 8시 30분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또 하나의 신화 창조에 도전한다. 늠름한 태극전사들은 월드컵 우승 3회의 화려한 경력을 갖고 있는 '전차군단'독일과 결승을 다툰다. 태극전사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옛 영광을 재현하려는 독일도 집으로 돌려보내고 현해탄을 건너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본선 무대 6번의 도전 끝에 첫승을 일군데 이어 쾌속행진을 거듭하고 있는 대한의 아들들이 98년과 이번 대회에서 조국 네덜란드와 '제2의 고향' 한국을 연이어 4강에 올려놓은 세계적 명장 히딩크 감독과 함께 다시 한번 기적을 연출할 지 관심이다. (광주=연합뉴스) jc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