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도 이제 그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즈음 나는 일본의 뒷이야기가 궁금하다. 16강에 올랐으니 일본 대표팀의 성적은 아쉬운대로 만족할 만한 것이었다. 더욱이 오랜 불황에 시달려온 일본으로서는 월드컵을 '경기를 호전시킬 수 있는 기폭제'로 보아왔었다. 불경기에 찌든 국민의식을 고양시킬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고, 수치로 표현될 수없이 많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일본의 한 연구소는 자국팀이 월드컵 16강에 진입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3조1천8백28억엔의 경제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16강에 진입한 지금 어떤 수치가 나오고 있는지 그 결과도 궁금하다. 그 가운데는 일본팀이 8강에 진입할 때 위성방송 시청료와, 인터넷 등의 정보 이용료만도 2천8백억엔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예상과는 다른 의미에서 나는 두 나라가 벌인 세계 여러나라 팀의 캠프지 유치경쟁을 흥미있게 바라보면서 그 결과에 궁금해했다. 월드컵 조직위가 주도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훈련지 유치를 전적으로 지방정부가 맡고 있어서 과당경쟁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조직위원회의 공인을 받은 84개 자치단체가 저마다 나름대로 유치활동을 벌였던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조직위의 주도아래 어느 나라 팀의 유치를 희망하는지 의사를 물었고, 각 팀에는 이 의사를 전달하면서 창구를 일원화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취했다. 일본과 비교한다면 유치전에서부터 성공적인 출발을 했던 셈이다. 이러다 보니 일본에서는 캠프지로 결정된 지방 소도시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전해졌다. 오이타현의 산 속에 위치한 나카츠에 마을은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카메룬 팀의 훈련지로 결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이 팀은 프랑스 대회 때도 산간지방에 3주간을 틀어박혀 전력노출을 피했던 팀이다. 그러나 인구 1천3백72명의 이 작은 마을의 고민은 하나 둘이 아니었다. 목조 2단 침대에 한방에서 초중생 8명이 자던 스포츠센터의 방들을 트윈으로 개조하고, 문 닫은 호텔에서 거져 얻어온 침대를 들여 놓긴 했지만, 일본인의 신장에 맞게 제작된 침대라 키가 큰 카메룬 선수들에게는 다리가 침대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 농촌지역의 노령화로 인구 40%가 노인이라 자원봉사자도, 통역할 사람도 없고…. 게다가 마을에는 슈퍼마켓조차 없다. 마음 놓이는 것은 오직 하나, 마을로 들어오는 길이 단 하나 뿐이라 경호문제만은 걱정할 것이 없다는 것. 그런데 바로 이 마을에 오기로 돼 있던 카메룬팀이 보너스 지급문제로 내분이 일면서 일본에 며칠 늦게 도착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졌다. 축구라면 일본 안에서 내로라하는 도시 시즈오카 현의 후지에다 시.훈련캠프로 내정됐던 팀은 콜롬비아였다. 현내에는 콜롬비아 커피가 유행할 정도였다. 그러나 예선이 끝나자 콜롬비아는 골 득실점차로 패퇴했다. 본선진출이 좌절될 팀을 두고 미리 공을 들이다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이 됐던 것. 아일랜드팀의 훈련지로 결정된 이즈모 시의 관계자는 단 10일간의 체재로 '10억엔'의 유치효과가 있다고 전망했었다. 6천만엔의 유치비를 들여가며 남미 예선경기장을 돌아다니면서 응원까지 한 끝에 멕시코의 훈련캠프로 결정된 홋카이도의 구리야마 마을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월드컵이 여러 가지 걱정과는 달리 순조롭게 그 정점을 향해 치달리고 있는 것이다. 우려했던 훌리건의 난동도 없었고, 교통문제도 순조롭다. 우리로서는 꿈에도 그리던 8강에 오르는 쾌거도 이룩했다. 거리응원이라는 새로운 문화 콘텐츠마저 만들어냈다. 이제는 이 열기를 어떻게 창조적인 활력으로 다시 묶어낼 것인가를 생각해야 할 때다. 거기에는 당연히 아름답게 지어진 푸른 잔디구장을 어떻게 정비하고 유지 관리할 것인가 하는 지혜도 나와야 한다. 카메룬의 캠프지였던 나카츠에 마을에서는 대회를 준비하느라 만들어낸 잔디밭에서 청소년들이 뛰어다닐 것을 상상하며 축구가 생활 속에 자리잡기를 바라고 있다고 한다. 두 나라가 거둔 월드컵 성적만큼이나 예상을 웃도는 경제 성적표이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