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력은 막강, 수비는 다소 허술.' 월드컵축구 8강신화를 창조한 한국축구대표팀의 다음 상대인 스페인은 4-4-2포메이션아래 세계 최고 수준의 공격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수비력은 공격력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라울과 모리엔테스의 폭발적 화력 스페인의 공격력은 `무적 함대'라는 말이 전혀 손색없을 정도이며 이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도 여지없이 증명됐다. 슬로베니아와 파라과이를 잇따라 3-1로 물리치며 가볍게 2회전 티켓을 딴 데 이어 베스트멤버를 가동하지 않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마지막 경기에서도 3-2로 승리, 3게임에서 모두 9골을 뽑아냈다. 스페인의 주 득점원은 천재골잡이로 불리는 라울 곤살레스(레알 마드리드)다. 라울은 유연한 움직임과 탁월한 위치선정능력, 그리고 결정력높은 슛을 자랑하며 슬로베니아전에서 선취골을 뽑은 데 이어 남아공전에서는 두 골을 추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현재 3골에 그치고 있지만 득점왕 후보에서 제외되지 않고 있는 라울은 스페인프리메라리가에서 현역선수 최다골 기록 보유자에다 두 차례 리그 득점왕과 세 차례나 최우수선수로 뽑힌 슈퍼스타. 17세때 명문클럽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공격수로 발탁되고 19세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을만큼 '천재'인 라울은 180㎝, 68㎏의 호리호리한 체격과 곱상한 외모 탓에 `엘니뇨(소년)'라는 별명으로 불리지만 상대 문전에서 뛰어난 위치 선정과 배후침투능력, 찬스를 놓치는 않는 골 결정력을 모두 겸비한 '특급 킬러'여서 늘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지난 16일 수원에서 열린 아일랜드와의 16강전에서 선취골을 터뜨린 페르난도 모리엔테스는 소속팀 동료인 라울과 실질적으로 투톱을 이루는 간판 스트라이커. 역시 3골을 기록중인 모리엔테스는 182㎝, 78㎏의 체격으로 위치 선정이 뛰어나고 몸싸움과 헤딩슛에도 능해 98년부터 대표팀에서 공격의 선봉장 역할을 맡아왔다. 지난 달 28일 오른쪽 발목을 다쳐 디에고 트리스탄에게 선발 출전 자리를 양보하고 조별리그 초반 2경기 모두 후반전 조커로 기용됐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회복한 상태다. ◆취약한 수비 스페인의 최대 고민은 허약한 수비다. 선수들의 스피드가 전반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빠른 공격수들을 앞세워 공간을 넓게 활용하면서 침투하는 공격형태를 막아내는 데 어려움이 많다. 중앙수비인 나달(36)과 이에로(34)는 경험은 풍부한 백전노장이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 듯 순발력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 좌, 우측 수비수로 투입되는 푸욜과 후안 프란은 민첩하지 못한 게 단점인데 이에로는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할 정도로 체력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약체 남아공과 슬로베니아에도 어처구니없이 역습을 당하기 일쑤였고 16강전에서 아일랜드와 맞섰을 땐 후반 `어설픈 지키기'에 나섰다가 혼쭐났다. 푸욜-이에로-나달-후안프란의 포백 수비라인은 발 재간이 좋지만 체력과 몸싸움에서 그다지 강한 편이 못되는 만큼 한국이 발빠른 공격수로 하여금 측면을 뚫는다면 의외로 쉽게 골찬스를 엮어낼 수 있다. 역대 월드컵에서 90년(1-3패)과 94년(2-2무) 두 번 대결해 1무1패를, 올림픽대표팀간 경기에서도 2패(92년 2-3패, 2000년 0-3패)만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다소 느린 수비를 잘 공략한다면 승리도 어렵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대전=연합뉴스) sungje@yna.co.kr